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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고독- 환자와 간호사의 유대 - 1부12장
16-01-23 20:32 2,347회 0건
위험한 고독.


안녕하세요. 소라넷 여러분.

저는 지방의 모병원 정신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이 병원은 간호사가 된 이후로 두번 째 직장이죠.

간호업무에 특화된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였어요.

지방에선 간호전문인력이

항상 달려왔기 때문에 저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25살에 2년차 간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년차나 1년차나,,, 갓생이나 다름 없지만…그래도 선배들 안보는 곳에서

1년 차에게 뽐을 잡을 수 있어 그런대로 괜찮았죠.
'
어렸을 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아니, 간호사라기보다는 생명을 다루는
'
직업을 가지고 싶었지요. 중학교 때 ‘외과의사 봉달희’ 라는 드라마를 본 덕분에,'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이 냉정하고,

삶의 문턱을 넘어가려는 사람들의 팔목을 잡고 늘어지며 버티는

이 거칠고 우울한 의료인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아, 맞아요. 드라마에서 의료전문인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그 어떤,, 아픈 사람들에게는 슈퍼맨처럼 비쳐지곤 하죠.

훨씬 냉혹한데 말이에요.

암튼 해서! 간호사가 됐다는 말을 너무 길게 했네요.

1년 차에는 산부인과에서 막내로 일을 했어요.

신생아 파트 담당이었죠. 신생아 파트는 거의 모든 간호사가

1년 차에 겪어야 할 분야에요.

사실 이 때엔 뭐 여러분이 기대하는

음흉하거나 그런 류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요. 죄송하지만!ㅎㅎ

그냥,,, 병원에서 일하는 애엄마 같은 존재였죠

애기가 똥싸면 받아주고, 밥때 되면 분유 타 먹이고… 토하면 닦아주고…

애엄마가 가만히 잘 놀고있는 애기가 이상한 거 같다면 가서 대충 봐주고는

괜찮으니 걱정 하실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거 말고는 별로 없었죠.

2년 차엔 정신병동으로 가게 되었어요.

더 이상 신생아가 뱉어놓은 토로 냄새나고 얼룩진 간호복을 종이가방에 담고 퇴근하여

매일 밤마다 빨아야 하는 게

굉장한 스트레스라서 그만두고 중형병원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2년 차가 바로 겪기엔 종합병원의 고됨은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지원했죠. 별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어차피 종합병원 TO가 아무리 모자라도 저 같은 새내기는 잘 받아주지 않으려 해서

밑져야 본전 식으로 입사지원을 했고,

간호자격 따고 먹고 놀라고 간호사 된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웬 걸요? 덜컥 붙어버렸지 뭐에요.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설어요.

다만, 정신병동에서 일해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사실 정신병동이나 중환자실이나 외과나 내과나 다 똑같은 곳이에요.

그렇게 배워왔으며 또 그런 줄 알았지요.

해서 다음 날 바로 병원으로 갔어요.

모든 과 수간호사 선생님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었고, 힘들겠지만

요행을 바라며 간호사가 된 건 아니라고, 내가 맡겨진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명을 가지고 일을 하겠다는 마지막 한 마디가 힘이 실렸는지

전 곧 그 병원의 정신병동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답니다.

첫 출근 날은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정신 없고 이리저리 채여다녀서

아마 내 살아온 날들 중 하루의 기억만 지울 수만 있다면 이 날을 전 택할 정도로 힘들었답니다.

다음 날도 괴로울 정도로 힘들었고, 그 다음 날도, 그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죠.

그렇게 약 한달 간의 수습기간을 지내며 그나마 이전보다는 많이 익숙해지고 조금의 여유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붙임성과 어느 정도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도

항상 밝게 웃으려 노력해서 어렵게만 보이던 수간호사님과도 말을 붙이는 정도가 되었고,

바로 윗 선배들에게도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요!

제 스스로가 너무도 기특해서 내 엉덩이라도 톡톡 잘했다고 쳐주고 싶더라고요.

고난의 연속을 잘 견뎌낸 저한테 너무나도 고마웠어요.

그렇 듯 마치 폭풍바람이 드리운 바다 위로 띄운 통통배같았던,

회사로 따지자면 수습기간이였던 한 달 간의 시간이

흐르고 제게 첫 담당환자가 생겼답니다.

이 정도에서 정신병원의 환자들에 대해 좀 설명을 해볼까 하는데,

사실 사회에서 생각하는 그 정신병원이랑은 좀 다르답니다.

뭐 통제불능의 환자가 있기야 하지만, 아주 특별한 케이스이구요!

환자 하나하나가 뭐 정신분열이니 다중인격이나 섬망증이나 발작을 앓고있다든지 그런 건 말도 안된답니다.

대게 요즘 사회적 이슈인 불안장애, 공황장애, 스토커로 인한 불안감, 좀처럼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우울증환자, 정신 트라우마 보통 이 증상들을 겪고있는 사람들 중

온전한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판단한 환자들이 입원을 하시는. 이 정도가 대다수 랍니다.

이 분들을 겉으로 봐서는 전혀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지 못하실 거에요.

이 분들의 황폐된 정신은 눈으로는 볼 수 없으니까요.

제 첫 담당환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30대 후반의 남자였어요.

체격은 너무나 왜소해서 어린이 옷을 입혀놓고 뒷모습을 보면 정말 초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마른 편에, 30대 나이치고는 굉장히 동안의 얼굴이었구요.

다른 환자들과 구별되는 유별난 점을 굉장한 독서가였어요.

그 분의 환자캐비넷엔 입원하기 전 집에서 가져온 거 같은 다수의 책들이 있었구요.

제목도 생소한 어려운 책들이었지요.

뭔가,,, 필력이 딸려서 표현하기에는 어렵지만,,, 뭔가 엘리트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너무 아는 게 많아서 약간 미쳤거나, 우울에 빠져버렸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가끔 이 분은 제게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심 간호사님, 제 이마에는 마장이란 것이 있어서 저는 제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한답니다.

모든 욕구는 이마의 마장에서 나온답니다. 내게 있어 최고의 선이란, 금욕된 삶입니다.

그 어떤 욕구, 예를 들어 식욕이나 성욕, 잠자고 싶은 욕구까지 저는 참아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악마가 깃든 마장이라는 녀석이 저를 달달 볶고 있답니다.

저는 정상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만, 마장이란 것이 없다면 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라구요.

그런 얘기들을 곁에서 많이 들어줬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최고의 치료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분을 돌보는 간호사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저는 이 분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제 첫 담당환자라는 생각에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구요, 제가 담당하는 환자니 만큼

제 친절과 배려로 이 분이 조금이라도 삶에 대한 회한?을 떨쳐버리고 조금 더 명랑해지거나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오전, 오후, 저녁 그리고 당직을 맡은 날에는

새벽이 깊도록 얘기를 나누게도 됐어요.

제가 당직을 맡은 어느 날 이었습니다.

전 병동을 쭉 돌면서 밤을 지새우는 동안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체크하며 지루한 새벽을 보내고 있었죠.

원무데스크에는 제가 비운 커피 4잔의 종이컵이 선풍기 바람에 떨어져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같이 당직을 서고있는 1년선배는 멍하니 컴퓨터와 카톡을 왔다갔다 하고 시간보내고 있더라구요.

심심하던 차에 담당환자에게 가서 얘기나 나누고 오려고 커피 한 잔을 더 뽑고

제 환자가 있는 오른쪽 젤 끝 복도 오른쪽 병실로 향했어요.

닫힌 병실 문을 스르르 열고 들어가니 아주 고요한 침묵 아래서

가습기가 풉풉하며 소복한 연무를 한 켠에서 뿜어지고 있었고 그런 정경 사이에

마치 갇혀있는 듯, 그 분은 가장 외진 병상에 앉아 등을 기대고 창가로 내리는 달빛에

의지하여 어려운 책을 읽고 계셨지요.

아주 유별나 보이시죠? 이 분에겐 일상이에요.

제가 말을 걸었어요.

“ㅇㅇ환자님, 오늘은 무슨 책이에요?”

환자분은 잠시 고개를 들어 누군지 판단하는 듯 슬쩍 쳐다보고는 다시 책에 집중하려 했죠.

“ 묘무앙이라는 수행자가 인간에 대해 쓴 책입니다.”

저는 병동에서 같이 지내는 다른 분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환자에게 다가갔어요.

“제가 잠시 봐도 될까요?”

저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지요.

그런데 그 환자분이 살짝 인상을 쓰시는 거 같아서 몸을 사렸어요.

“제가 심간호사님과 대화를 할 때마다 어려운 이야기만 골라서 해서 미안하고

제가 유별난 척 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이 책은 읽어서 좋을 책이 아니랍니다.

심간호사님 처럼 이쁘시고 아름다운 인성을 가지신 분은 아름다운 글만 보시길 바래요.”

그렇게 얘기를 하시곤 제 눈을 빤히 보시기에 저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거 같았어요.

저는 하핫 겸연쩍은 듯 웃었지요.

“하하, 그러시구나, 그러면 저 같은 이쁜 사람은 어떤 책들은 읽는 게 좋을까요? 추천 좀 해주세요.”

저와 그 환자 사이엔 이런 가벼운 유머는 통하는 사이였답니다.

“요즘 기욤 뮈소라는 로맨스 작가가 성행하고 있다나봐요.

개인적으로 저는 싫어하는 부류의 작가지만, 간호사님은 한번 읽어봐도 좋겠죠.”

“아 그래요? 얘기는 들어본 거 같아요. 여자들이 좋아할만 한 소설이라고 하던데요?”

“뻔한 사랑얘기들이죠 뭐. 대수롭지도 않아요.”

“원래 사랑은 뻔한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 안하시나 보다 쀼우.”

쀼우 이거 실제로 소리 낸겁니다.

나름대로 애교라고 의성어?까지 곁들이며 말했지만 환자는 아무 반응도 없었지요.

“뻔하게 놀고먹자고 사랑하라면 안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서서 생각에 빠졌어요.

“그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데요?”

사실 전 요 근래부터 환자와 간호사와의 선을 조금씩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제 발로 찾아 들어간 종달새처럼…뭔가 아름다우면서 고독해 보이는

이 환자분께 간호사로써의 접근할 수 있는 환자의 사생활과 감정,

그리고 내가 갖지 말아야 하고 넘지 말아야 할 관심과 공감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고요.

엄격히 지켜야 할 환자와 간호사간의 관계를 넘어서 어떤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답니다.

이미 제겐 그 고독하고 우수로 찬 환자의 생각 한 부분에 들어가 차지하고 싶은 어떤,

상상이 잘 안되는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지요.

더 이상 환자와 간호사의 유대가 아니라는 거죠.

고독한 남자와 한 여자의 유대가 시작되려는 참이였죠.

이제부터는 ‘그’라고 표현을 할께요.

그는 제 질문에 잠시 공허한 시선을 허공에 두다가 말했어요.

“글쎄, 이왕 하는 사랑이라면, 심간호사님과 제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만약 우리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나야 한다면 오셀로처럼,

아름다울 사랑이라면 영화 노트북의 연인처럼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사랑으로부터 감정을 배우고 싶다면 평범한 사랑보다는

위대한 사랑을 해야겠지요.”

저는 영화 노트북은 오래전에 봤던 영화였기에, 그 애뜻한 사랑을 잘 이해했지만,

오셀로라는 것은 잘 몰랐기에, 되물었어요.

“오셀로는 어떻게 끝나는데요?”

“비극 그 자체랍니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모두가 죽어야 끝이 나는 이야기에요.”

그는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어요.

마치 그 눈으로, 제게 ‘너라면 어떻게 할래?’ 라고 묻는 듯 했어요.

저는 조심히 말했지요.

“글쎄요, 그렇게 비극적이어야 한다면… 전 시작도 안하고 싶어요. 하하!”

왠지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거 같아서 저는 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어요.

다행히 그도 풋 하고 웃으시더니 가벼운 미소를 띄었지요

잠시 침묵 사이에서 우리 둘은 생각하려는 시간을 가지려는 듯 조금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잠깐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하기로 저는 뭔가 이 사람과의 유대가 더 깊어지길 원했나봐요.

해서 저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지요.

“병실 공기가 답답하지는 않으시죠? 전 제가 당직일 때 이 시간이 되면

테라스로 나가 새벽공기 마시는 걸 즐겨요. 같이 갈래요?”

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요. 저는 망설이는 듯한 그의 태도에,

내가 선을 너무 멀리 넘었나?라는 생각에,

“쉬시고 싶으시면 쉬실래요?” 라고 이제 와서 얌전을 떨어봤어요.

그랬더니 그는 결심한 듯 병상에서 내려오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전 아차 싶었어요.

새벽 특유의 그 아련함과 끈적끈적했던 분위기, 심도 깊은 대화가

저를 감상적으로 만들었었던 것 같았지요.

이러면 안될 꺼 같은데, 이래도 될까, 나는 간호사 저 분은 환자신데,

사실 장소를 바꾸는 거 뿐이겠죠.

그냥 테라스에 나가서 이야기하려는 것 뿐이었는데,

어떤 장막 같은 게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우리 둘이 그 장막을 깨 부시려 수 차례 어깨빵을 가하려면, 사람들의 시선에

눈치를 봐야 될 거 같았지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제 마음 안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그는 이미 슬리퍼를 신고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죠.

그의 얼굴을 보니 아까 전처럼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약간 발그레 해진 듯 싶기도 했지요.

나는 까짓것 괜찮겠지 했어요.

사실 이 야밤에 특정한 환자와 간호사 단둘이 특별한 장소로 향하는 건

누군가 보게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라고 걱정됐지만,

5층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나와 1년 선배 간호사, 그리고 청원경찰

단 세 명이기에 그 두 명의 눈만 피하면 괜한 오해는 사게 되지는 않으니,

저는 그 분을 이끌고 씩씩하게 야외테라스로 걸음을 옮겼지요.

우리가 뭐, 나쁜 짓을 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야외테라스가 있어서 원무데스트 앞을 보란 듯이 지나갈 일이 없었고,

우린 쌀쌀한 대망의 야외테라스?에 수월하게 올 수 있었어요.

저와 그는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바삐 움직인 탓에,

약간 숨이 거칠어져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까닭에 민망함이 솟아올랐어요.

“뭔가, 나쁜 짓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좀 그렇네요. 그쵸? 하하하”

나느 일부러 더 오버해서 웃었어요.

그렇게 환자복을 입고있는 그와 간호복을 입은 저는 야외테라스에 서있게 되었답니다.

저는 그를 파라솔벤치 아래로 데려가 앉히고 자판기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뽑았어요.

“ㅇㅇ환자분도 밤이 깊으면 주무셔야 하니, 커피 말고 따뜻한 코코아로 대접할께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신경을 자극해서 흥분하게 하거든요.”

그가 가만히 웃으며 말했어요.

늘상 고독하게만 보였던 그의 웃음이 뭔가 나를 들뜨게 했죠.

“이왕 흥분해버렸는데, 까짓것 커피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한데요.”

“하하, 왜 흥분하셨어요?”

“심간호사님처럼 아름다우신 분과 독대를 한 지가 수 년이 넘어서요.”

“아, 저처럼 아름다운 사람과 독대를 한 적은 있으시나 보네요?”

“왜 없을꺼라 생각해요?”

“아니, 없다기보단, 뭔가 여자를 멀리 할 거 같은 분위기때문에요.

환자분도 본인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 지 잘 아시잖아요.”

그가 지긋이 웃었어요.

“잘 알죠,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유별난 척 하는지.”

“하하하, 척이라구요? 제가 보기엔 환자분 그 자체인데요?”

“척일 수도 있지요. 제 마음 저도 모르는데 간호사님 역시 모르시겠죠.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이런 가사도 있잖아요.”

그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어요.

“진짜 이게 나인지, 척인지…나도 몰라요.”

그는 잠시 입을 물었고 문득 생각난 듯 제게 물었어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간호사가 환자에게 이렇게나 친근하게 구셔도 되는 겁니까?”

그는 제 마음에 대롱대롱 걸려있던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진짜 문제로 수면 위로 올리셨죠.

저는 훗하고 웃었지요. 나는 그가 홀짝홀짝 마시던 코코아를 되가져와 한 입 마시고 되돌려줬어요.

종이컵에 제 분홍색 립밤이 묻어있었기에 묻은 부분이 절 보게끔 돌려 드리고

크게 한 숨을 들이마셨어요.

“어쩌면요, 이렇게 간호사와 환자 사이의 이렇게 특별한 유대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전 이제 간호 2년차에요. 앞으로 또 이런 환자와의 특별한 경험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전 지금을 즐길래요.”

그랬더니 그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어요.

저도 피하지는 않았죠.

“ㅇㅇ환자분은 제 첫 담당환자세요. 해서 어떤 막연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구요.

이왕 나섰는데 제 주제도 모르고 나섰다가 괜히 일을 그르치고 싶진 않고,

전 환자분의 치료와 건강을 위해 많은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느끼고 싶어요.”

저는 우리 사이에 흐르는 개운한 새벽 공기에 내 진심에 담아 그에게 전했어요.

그는 따뜻한 코코아 종이컵에 두 손을 감싸고 고개를 푹 숙였지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의 복잡한 생각들이 이리저리 뻗어나가는 게

눈에 보였으면, 내 손에 잡혔으면… 했지요.

한 참 후에 물었어요.

“무슨 생각 하고 계시는 지 물어도 될까요?”

그는 또 다시 한참 만에 대답했어요.

“새벽 공기가 차갑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무언가 초조하였는지 손톱으로 나무테이블을 톡톡 치며 말했어요.

눈을 맞추고 싶었으나, 그는 자꾸 고개를 숙이려 하였고 저는 그의 눈을 계속 쫓으려 했죠.

그 때 전 혹시 그의 안절부절하는 태도가 저란 존재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와서인지 염려가 되더군요.

그는 어쨌든 정신의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고, 괜한 저의 선의에

환자분의 마음이 진정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혹시 환자분은 저의 선의가 부담스러우실까요? 우리 편하게 대화해요.

혹시 부담을 느끼셨다면 환자분,

환자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환자분이 겪고 계시는 그 어떤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저에게 만큼은 선생님이 생각하고 느끼고 의식하려는 것들을 친구처럼 말씀해주세요.”

그 때 그의 어깨가 들썩거렸어요.

저는 흠칫 놀랐으며, 난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대었어요.

몸의 떨림이 제게 전해지고, 저는 짠한 마음에 울컥했지요.

그가 고개를 들자,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보였고, 그 순수한 눈엔

눈물을 가득 머금고는 글썽거리고 있었답니다.

“……오, 아리따우신 간호사님, 당신은 어떤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르실 겁니다.”

난 새벽의 그 공기 아래서 내 자신이 감정적으로 변하는 걸 느꼈어요.

낮게 깔린 솜사탕 같은 구름이 검은 하늘을 지나가고 있었고,

그 구름을 밀고 가는 바람이 이 곳에도 불어와 그의 흐르는 눈물을 말리고,

제 머리카락도 살랑살랑 흔들었지요.

“환자 분 말그대로 에요. 전 상상할 수 없겠지요.

간호사라고 해서, 의사라고 해서, 환자 분의 생각 자체를 그대로 들여다 볼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환자분의 그 어떤 고통을 남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면, 말해주셔야

같이 공유하고, 같이 공감하며, 서로 의지하고, 또 서로 노력을 할 수 있겠죠.

말해주지 않는다면, 영영 알 수가 없어요.”

“내가 갖고 있는 고통이요… 내 발로 처음 이 곳을 찾아와,

내가 무슨 고통으로, 왜 내가 어찌 이 곳으로 내 발로 찾아와, 입원 시켜달라고 하였는지,

…그 때 제가 작성한 병원입원확인서를 확인해보세요... 제 고통을 거기 옮겨 적어놨어요.”

그리고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어요.

“그걸 읽어보시면 당신 역시 나를 떠나겠군요. 차라리 그 편이 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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