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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욕의 세계 (野慾世界) - 7부
16-03-08 17:01 11,337회 0건




“감각이 좋으면 굳이 수술은 필요 없습니다. 성관계를 가져본 적 없다고 하셨는데 아까 질경을 넣고 확인해보니 처녀막이 파열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전 정말로…….”

그녀는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압니다. 처녀막이라는 게 꼭 첫 관계로 파열되는 게 아니거든요. 일부 남자들이 잘못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죠.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성장하면서 일상 활동으로 얼마든지 파열되는 게 처녀막이거든요.”
“그래도 막상 없으면 안 믿고 실망하겠죠?”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라는 고전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죠.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내는 여자의 신음소리는 대부분 거짓말이다.”
“왜요?”

물어보는 그녀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것이고, 그럴 때 인간은 거짓말을 합니다. 처녀막 재생처럼 착한 거짓말인거죠. 사실 남자도 사랑하는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 여자가 만족하는지 더 신경 씁니다. 불쌍하죠.”
“정말이요? 남자는 자기 성욕에 충실한 거 아닌가요?”

이제는 둘이 토론을 하는듯했다.

“아니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더 많죠.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자는 스스로 만족해야 행복하고, 남자는 여자가 만족해야 행복하다.”
“왠지 아줌마, 아저씨들한테 해당되는 말인 거 같은데요?”
“정확합니다. 그래서 환자분은 처녀막재생수술을 받으셔야하는 겁니다. 아직은 젊으니까요. 그리고 진짜 처녀니까요. 진짜 처녀임에도 불구하고 처녀막이 없다고 의심받으면 억울하잖아요.”
“그렇긴 하죠.”
“진실은 현명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또 현명한 진실은 자신감을 갖게 하죠. 나 진실하니까 무조건 알아줘. 하면서 힘들게 사는 건 어리석은 겁니다.”

수라는 갑대의 설명을 들으며 내심 감탄했다.

“선생님 약장사 같아요.”
“하하하.”

그녀의 예상치 못한 일격에 그가 멋쩍은 듯 웃었다.

“좀 더 생각해보고 결정할게요. 처녀막에 집착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그러세요.”

갑대는 린덴연고를 수라의 음모가 있던 부위에 엷게 도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상체 쪽으로 다가갔다. 그 의미를 알아채고 그녀는 겨드랑이 털을 밀기 편하게끔 팔을 들었다. 탄력 있는 예쁜 유방이 드러났지만 그가 만질 수 있는 명분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제모와 치료용 연고가 도포되기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다됐어요. 옷 입고 가셔도 됩니다. 연고가 독하니 한 시간 후에 샤워로 씻어내세요.”

갑대의 말투는 아쉬워하면서도 담담했다. 그러나 수라는 진료대 위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일어나려했지만 장시간 다리를 벌리고 지지대에 올린 탓인지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쥐 난건가요?”
“그, 그런 거 같아요.”

갑대는 수라의 다리를 하나씩 천천히 내려 자신의 앉은 허벅지 위에 곧게 뻗도록 가만히 올려놨다. 벌리고 있을 때 보다 모으고 있을 때가 더 예쁘고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작은 발바닥을 주무르고, 매끄러운 종아리를 문질러대고, 적당한 살집이 잡히는 허벅지 안쪽까지 타고 올라가 쓰다듬었다. 얼마나 만져보고 싶었던 다리였던가. 갈망이 커서였는지 만족도 또한 높았다. 쥐가 나준 것이 감사할 정도였다. 다리가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들릴 것이 뻔했다. 생식기가 예쁘다고 말하면 산부인과 의사로써 직업적인 말로 받아들이겠지만, 다리가 예쁘다고 말하면 사심이라고 느낄 테니까.

“이제 괜찮아진 거 같아요.”

그의 허벅지위에 올려놓았던 다리를 그녀가 내리며 말했다.

“여기서 옷 입으세요.”

갑대는 자리에서 일어나 탈의실에서 수라의 옷이 담겨져 있는 바구니를 가지고 나와 그녀에게 내밀고는 등지고 돌아섰다.

“안볼 테니까 입어요.”

바구니에서 팬티를 찾아 입으면서 그녀가 쿡쿡, 웃어댔다.

“왜요?”
“제가 알몸일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쳐다보다가 정작 옷 입는다고 하니까 돌아서는 게 웃겨서요.”
“그때는 의사로써의 직업정신이었고 지금은 남자로써의 매너죠.”
“변명으로 들리네요. 아니면 자기합리화던가.”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면서 눈빛이 변했다.

“예?”

마치 과자를 훔치다 들킨 어린아이처럼 그의 낮 빛이 창백해졌다.

“원장님. 정말 사심이 없었어요?”

이미 그녀는 옷을 다 입고 핸드백에서 빗을 꺼내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진료 방에서 그녀의 황금갈색 머리칼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탄력 있게 흩날렸다. 그 모습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우면서도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겁에 질린 그의 심장을 거세게 요동치게 만들었다.

“…….”
“여자를 잘 아는 산부인과 의사이신데, 여자가 직감의 동물이라는 건 망각하셨네요.”
“무슨…… 의미인지.”
“이런 식으로 해본 거 처음이죠? 아마 처음일 거야. 아니면 벌써 병원 문 닫았죠. 요즘 세상에 환자가 당하고 가만뒀겠어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리다고, 소녀처럼 세상물정 모른다고 해서 얕봤던 게 실수였다. 실상은 앙칼지고 영악한 여자다. 그는 한동안 이 상황을 변명으로 벗어날까 하고 갈등했다. 아니면, 차라리 협박을 할까. 그래도 개인병원 원장이 되기까지 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저 어린여자하나 어떻게든 협박할 수는 있을 것이다. 너도 좋아서 헐떡인 거 아니냐! 라고 큰 소리로 호통 치면, 저 나이 또래 여자는 수치심에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뛰어나갈게 뻔했다. 그도 아니라면 돈을 줘서 달랠까. 상류층 원조교제 정도의 돈을 주면 되려나. 어쩌면 한몫 챙기려 할 것이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는 결국 정공법을 택했다.

“예……, 처음입니다.”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뒤처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허긴, 계획도 아니었고 경험도 없는 범죄였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 뒤처리를 어떻게 하겠다는 플랜B 자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성 또한 쉽게 드러났다.

“인정하시는 건가요?”
“예, 인정합니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요. 그런데 어쩌죠? 사실 원장님이 저한테 당한 거예요. 그러니 병원 문 닫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싫으면 가진 재산의 절반을 주세요. 기한은 일주일입니다.”

갑대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했다. 제대로 걸렸구나. 그러고 보니 산부인과에 오는 여자가 저렇게 잘 차려입고 예쁘게 멋을 내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자신을 낚기 위한 술책이었고 청순한 얼굴로 무장한 꽃뱀이었던 것이다. 역시 죄를 지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하니 얼마를 줘야하나 하고 머릿속 계산이 빨라졌다.

“그럼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한건가요?”

그녀가 눈치 챈 것 보다, 이 모든 것이 계획이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네, 꽃뱀에게 당했다고 신고하려면 하세요. 저는 당신의 성추행 모습이 담긴 동영상으로 이 병원을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 끝장낼 겁니다. 언론에 이보다 더 좋은 떡밥이 있을까요? 당신은 동료 의사들로부터 성범죄자로 매장당할겁니다.”

수라의 눈빛은 매서웠고 목소리에선 격앙된 찬바람이 일었다.

“동영상을 찍었군요. 스마트워치로 찍은 건가요? 뭐, 요즘은 워낙 기술 좋은 게 많으니…… 아니, 그보다 제가 당신을 선택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
그녀가 그를 선택했다면 이해되겠지만, 그가 그녀를 선택한 계획범죄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고 산부인과에 왔다 해도 원장인 자신이 그녀를 선택해서 범죄를 저지르게끔 만드는 걸 계획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 달 동안 동료들과 치밀하게 준비했죠.”
“동료? 공범이 있나요?”
“호호호. 깔깔깔.”
“?”

그녀가 갑자기 웃어대자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 그런 거죠?”

정색하고 그를 쏘아보는 그녀의 눈 안에 슬픔이 가득했다.

“…….”
“왜 그런 거냐고요!”
“거짓말이군요.”

그는 맥이 탁, 하고 풀리면서 닥터의자에 주저앉았다. 이제 별 거짓말에 다 속는구나. 허탈웃음이 났다.

“원장님이 한 짓거리와 거짓말에 비할까요?”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지독한 경멸만이 가득했다.

“사람이 부끄럽다는 게, 수치스럽다는 게 이런 거군요.”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고양이 앞에 쥐처럼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무서웠다.

“왜 그랬냐고 묻잖아요!”
“당신이 예쁘니까.”
“하! 단지?”

이유가 너무 심플해서일까. 그녀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대부분의 성범죄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당신이 예뻐서 간호사를 시켜 불렀고, 치료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니, 생각해보니 그건 변명이군요. 그럴 마음이 있어서 당신을 부른 겁니다. 그전에는 이런 경우가 없거든요. 예, 처음부터 치료를 핑계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탐하고 싶었던 욕망이 나한테 있었던 겁니다.”
“좋아요, 범죄를 인정한다니 몇 가지 물어보죠.”
“물어보세요.”
“제 증상이 사면발니라고 했죠?”
“예.”

그녀는 취조실 경찰처럼 돌변했고 그는 죄인처럼 추궁 받았다.

“꾸며낸 거짓말인가요?”
“전 평생 그런 걸 거짓말해본적은 없어요.”

갑대는 고개 들어 수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는 의혹을 쉽게 접지 않았다. 성범죄자가 무슨 핑계를 못 대겠는가.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제가 어떻게 믿죠?”
“제모를 했음에도 연고를 바른 이유는 모낭 속에 박혀있는 성체를 사멸시키기 위해서죠. 루페로 사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원하시면 확인시켜 드릴까요?”

루페는 휴대용 돋보기의 일종으로 통상 보석용 돋보기로 쓰인다. 갑대는 확인하고 싶으면 다시 진료대에 앉으라며 손짓했다.

“피, 필요 없어요. 치료가 제모랑 연고를 바르는 거라고 했죠? 그것도 진실인가요?”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치료 가능하지만 사면발니 서캐는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독한 린덴 연고를 12시간 정도 유지해야 합니다. 여성의 몸에 좋지 않죠. 그래서 제모를 하고 연고를 얇게 도포한 후 1시간 후에 샤워하는 것이 안전한 치료입니다.”
“그럼 평소에도 직접 제모와 연고를 발라 주시나요?”
“경우에 따라서요. 환자가 거부하면 안합니다.”
“당연히 의사용장갑을 착용하겠죠? 아까처럼 맨손으로 하는 의료행위는 의사면허 자격발탈 아닌가요?”
“…….”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도중에 라텍스 장갑을 벗고 그녀의 생식기를 만졌다는 걸 깨달았다.

“꿀 드셨나요? 변명이라도 해보던가요.”
“인정합니다. 의사면허박탈 까지는 아니라도 주의나 징계 이유로 충분하죠.”
“저를 알몸으로 만든 건요?”
“산부인과의 특성상 원래 여성의 하체는 그렇게 합니다. 다른 환자가 동일 증상이었어도 상체탈의는 시켰을 거고요. 다만, 브라는 남겼겠죠.”
“그럼 저를 알몸으로 만든 건 분명 잘못하신 거네요? 인정하죠?”
“예, 환자분의 브라를 탈의하게 만들어 유방을 본 것은 제 일그러진 욕망에서 비롯된 범죄입니다. 환자분 성기만 봤어야 했는데 도가 지나쳤어요.”
“비꼬듯 말하지 말아요. 그렇다고 범죄가 정당화되진 않으니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다면서 저를 성폭행하고, 성추행하고, 성희롱 했죠?”
“성폭행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겁탈하거나 폭력을 행하는 경우입니다.”
“그럼 성추행과 성희롱은 인정하는 거죠?”
“성추행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몸을 만지거나 하는 경우고요.”
“성희롱만 인정한다는 건가요?”
“성희롱은, 말로써 상대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그녀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그가 무척 얄미웠다. 성범죄를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핑계는 논리적으로 만드는 저질이다.

“제가 그런 수치심을 느꼈어요.”
“예, 느꼈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산부인과에서는 다 비슷한 거 느껴요. 남자의사가 여자 성기 만지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없거든요.”
“전 분명 여자선생님을 원했는데 원장님이 임의로 바꿨기 때문에 제가 수치심을 느낀 거죠.”
“임의로 바꾼 건 인정합니다만, 의사가 남자인 걸 확인하고도 굳이 거부하지 않은 건 환자분 선택이죠.”
“그 상황에서 싫다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환자가 있던가요?”
“종종 있습니다. 선택의 차이죠.”

그녀는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가 고지식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저한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주겠다면서 제 성기를 만지작거릴 필요도 없었어요. 우! 생각할수록 화나네.”
“과잉친절 인정합니다.”
“그게 어떻게 과잉친절인가요? 의사의 탈을 쓴 저질 변태행위죠!”
“일부 인정합니다. 하지만 환자분도 오르가즘을 알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고 그래서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한 거죠. 저는 여성이 원하지 않는 걸 하지 않습니다.”
“그럼 제가 좋아서 했다는 거예요?”
“그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아무튼 환자분은 분명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아! 생각났어요. 원장님은 위계를 이용한 성추행을 한 겁니다.”
“의사와 환자는 위계가 성립되지 않아요. 의사와 간호사, 직장상사와 부하, 교수와 학생, 군대 등이 위계에 해당되는 겁니다.”
“원장님은 나이가 많고 저는 어리니까 위계가 성립되죠.”
“위계는 지위의 계급을 말하는 겁니다. 할아버지가 아가씨 옷 벗어. 하면 벗을래요?”

그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비유를 해도 꼭 그런 식으로 밖에 못해요? 아무튼, 그런 거잖아요.”
“이런 경우 권력에 의한 복종이라고 하는 거죠. 제가 의사라는 권력을 이용해 환자분을 복종하게 만든 겁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재판에서 유죄인정이 됩니다.”
“와! 아는 거 많아서 배부르시겠어요.”
“예, 의사 되서 돈 벌어먹고 있죠.”
“차라리 사기꾼이나 하지 그랬어요. 왜 산부인과 의사가 돼서 성범죄를 저지르면서 사나요? 아! 성범죄를 저지르고 싶어서 의사가 된 거군요. 소원성취 하셨습니다.”
“그만합시다.”

감정 대립이 심해지자 그가 먼저 중제를 요청했다.

“뭘 그만해요! 지금 원장님이 그만하자면 그만해야 하는 상황인가요?”
“원하는 걸 말하세요.”
“좋아요. 내일까지 합의금 천만원 준비하세요. 경찰에 신고할지 말지는 내일 결정하죠.”

그녀도 더 있기 싫다는 듯 진료실문을 열고 씩씩거리면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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