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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그후 - 1부1장
16-01-23 20:14 3,915회 0건
2016년 2월 16일 첫째날

그의 이름은 서찬우 36세 송도신도시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백수다.
그리고 변태다. (여자를 사다 참조 ㅋ)
어젯밤에도 수희를 괴롭히다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면 비몽사몽중에 수희의 자지빠는 것을 자명종 삼아 일어날 예정이다. 부스스 눈을 뜨면 해가뜨는 창문의 커튼을 열고 서선, 커피한잔과 토스트를 내밀고는 다시 자지를 빨아 재낄 것이다. 그리고 아침의 오줌을 수희는 커피대신 먹을 것이다... 그럴 예정이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마치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잠자리에 일어나 수희를 찾았다. 옆방에도 없다. 커피를 끓인 흔적도 없고,
‘어디를 갔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커텐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거리에는 단한대의 차도 없다. 저 멀리서 연기가 치솟았다. 불이난듯하다. 차 한 대가 상가의 유리창을 뚫고 박혀있다.
아무도 없다. 유유히 개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 서서 이리저리 바라본다. 고양이 여러마리가 떼지어 지나간다. 그런데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고 움직이는 차도 없고, 오로지 개와 고양이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TV를 켜보았다. 모든 방송이 중단되어 있다. 지지직 소리만 내고.
컴퓨터를 열었다. 다행히 접속이 된다. 네이버, 다음 다 정상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무슨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안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안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 잘 보이는 것이다.
찬수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간다. 그런데 받지를 않는다. 혹시나 하고 승미에게도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신호만 가고 받지를 않는다.
그렇게 아는 사람 모두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혹시나 전화기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112, 114, 119 어디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갑갑해진다. 수희의 모든 물건이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못으로 입던 얇디얇은 잠옷도 이불속에 있어서 출타를 한것인지 전혀 알수가 없고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듯 고요함 만이 지속되고 있었다.
문득 인터넷의 기사 댓글을 검색하는데, 이건.... 새벽 2시 16분이후의 댓글이 없다.
늦은밤이어서 댓글이 없다 생각되었지만. 최신 댓글을 누르고서 어디를 헤매보아도 없다.
방송국을 연결하여 2시이후에 하는 방송의 댓글창을 열었다.
아무런 흔적이 없다. 정확히 모든 곳의 2시 16분 이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시 TV를 켰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KBS1이 움직였다.
앳되어 보이는 여자다.
“지금 2시 16분 이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모든 인간이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 어떤 방송도 하고 있지 않으며, 어디로 전화를 해보아도 아무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전세계에 저혼자 인가요? 제 전화번호을 아르켜 드릴테니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황망한 표정의 여자가 혼자 방송을 하고 있었다.
황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다. TV에는 전화를 받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여러곳에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잠시만요”
부스럭 거리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더니 이내 돌아왔다. 스피커폰으로 방송에 연결한 것이다.
“저는 김연희라고 합니다. 그쪽은 누구신가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최수정입니다. 지금 저 혼자예요 무서워요”
“전화가 여러곳에서 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수정님 혼자 아니시니 걱정마시고 잠시 전화를 끊어주시면 다른곳의 전화를 받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이 언제까지 지속될련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 방송을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10번째 생존자 입니다. 남자로는 첫 번째이군요”
“지금 여의도로 출발하겠습니다.”“예 모두 이곳으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여의도까지 가는길은 큰 문제가 없었다. 가는내내 보이는 것이라고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저만치 상가와 가로등을 박고 서있는 차들뿐이다. 새벽 2시의 한가한 거리를 지나던 차들이 무슨이유에선지 서로 부딪히고 상가를 들이박고 한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불이 나있고, 거리에는 단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30분만에 송도신도시에서 여의도까지 질주하였다. 여의도 앞에서 차들에 길이 막혀 지체하였지만, 과감하게 그 차들을 내차를 밀어붙이고 길을 내어 KBS 본관으로 들어섰다.

15명의 여자가 있었다. 하나같이 이쁘고, 무언가 모를 묵직함, 지성을 겸비한듯한 여자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때 한여자가 내민 커피를 들었다.
“현재 30명 가량의 사람과 연락이 되어 그들도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부산, 광주, 대전등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오후나 저녁에 도착할 것이고 수도권의 생존자들은 오전내로 다 모일듯합니다. 계속해서 인터넷 등으로 찾고 있으니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가 몇 명이 될지.. 암울한 상태입니다.”
차분하다.
“왜 이런일이 벌어진걸까요?”
내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내 모두들 인터넷을 뒤적이며 온갖곳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이리저리 전화를 하기도 하고, 전화를 받기도 한다.
“지금 부산에서 오시는 최수정님이 오다가 휘발유가 떨어져서 멈춰서 있다고 합니다. 현재 대구를 막 지난 상태라고 합니다.”
“제가 갈께요” 한여자가 나선다.
“김포공항에 가면 헬기가 있을듯 합니다. 거기에서 헬기를 타고 갈께요”
“아니예요. 방금 마산에서 오시는 분에게 중간에 픽업하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막 한명 추가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총 40명입니다. 그중 남자는 단 2분입니다.”
막막한 분위기에 무언가 부산하다. 그렇지만 절제되고 차분하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내려다 보이는 여의도 일대는 오전의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쬐는 2월이다.
찬우도 한켠에서 노트북을 꺼내 이리저리 뒤적이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본다.

그날 오후까지 총 40명이 모였다. 남자는 4명 여자가 36명인데 아직 2명의 여자들이 연락만 하고 오지 못했다. 운전을 못한다고 했다.
“누군가 그분들을 데리러 가야합니다. 42명이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인지 더 있을것인지 현재 계속 확인중입니다만.. 지금으로썬 비극적입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아무런 뉴스라든지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절망적입니다. 모든 것이 멈춰져 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새벽 2시 16분을 기해 전세계의 사람들이 다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꺼번에.” 한꺼번에라는 말이 늦게 이어졌다.
“전 박수연이라고 합니다. 화학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쪽에 계신분 조영은님은 언젠가 인터넷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여자로써 생소한 분야인 물리학쪽에 미모를 겸비한 전문가라고”
“나도 본적이 있어요” 누군가 덧붙인다.
“인류는 멸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여기에 남겨진 분들만 빼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여기 모이신 분들은 나름 각분야의 전문가들로 보입니다. 누군가가 선별하여 생존케 했다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녀뿐아니라 다들 차분하다.
“각자 인적사항과 특기, 취미, 전문분야들을 적었으면 합니다.” 누군가 종이를 내밀었다.
아직 어린 소녀도 있었다. 전문분야는 없었지만, 특기는 다양하다.
모든 여인들의 취미도 거의 중복이 없이 고르게 분포되었다랄까.
남자 4명의 인적을 살펴보면
1명은 군인이다. 거의 모든 총포류와 화약들을 다룰줄 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흑인으로 유창한 한국말을 쓰고, 암벽타기, 수영등을 잘하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또 한명의 백인은 요트 등 배를 잘 다룬다고 했다.
다들 키도 훨찍이 크고 체력도 탄탄하다. 서찬우만 키도 작고 똥배가 살짝 튀어나온 운동과는 연관이 없고 볼품이 없다.
다들 살짝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이거나 아주 영특한 영재급의 아이큐를 가지고 있는 소녀들입니다. 누가 선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누구의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의심을 품어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것이며, 만일 우리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면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이어갈 최초의 인간이 되는 것이며, 우리가 인류의 문명과 역사 풍습 전통 그리고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한 종족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남아야 하며, 계속 명백을 이어야할 인류의 마지막, 아니 최초의 과제를 풀어야할 존재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특별히 인류의 과학과 역사를 이어갈 특별한 전문가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그들의 역할은 다름아닌 종족의 번식이라고 보여집니다.”
조금 나이먹은 여자다. 냉철한 표현과 적나라한 현실인식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군인인 남자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서찬우씨는 별다른 특기도 없으시고, 체격도 작으시고.....”
“예 그게 저도 의외입니다. 왜 나는 살아남아야 한 것인지. 왜 선택을 받은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더 현명해져야 하고, 더 냉철해져야 합니다.”
“더 험난한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다들 마치 세미나를 하듯이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로 말들을 이어간다. 남자 4명만 빼고.
이곳엔 지금 마치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루려는 의욕가득한 회의 분위기일뿐이었다.
“헬기를 조정하실줄 아신다고 하신분과 총을 잘 다루시는 남자분이 같이 가서 2명의 생존자를 픽업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의를 이끄는 여자는 35세 최연장자였다. 서찬우와 동갑이다.
방송을 다루는 김연희가 계속 TV와 전화기로 두명의 외톨이를 합류시키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곽문주. 35세 그녀의 이름이다.
복도에 나와 담배를 피고 있는데 말을 건다.
“찬우씨는 저랑 동갑이네요. 당신의 역할이 현재는 무엇인지 알수 없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기에 살아남았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담배부터 끊으시는게 어떠신지요”
“오호 잔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제가 필요하겠지만, 제 생각엔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연락이 하나더 왔어요.. 12살 소녀 둘인데 쌍둥이라네요. 가족들과 같이 여행을 떠났다가 둘만 남아 운전도 못하고 먼 산길을 헤매다 이제 읍내에 도착해서 TV를 보고 연락을 한다네요. 현재 정선이라고 합니다.”
“제가 갈께요” 찬우가 나섰다.
“누가 같이 갈련지요”
“아닙니다. 저 혼자 가겠습니다. 현재 살아남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고, 인류의 문명을 고스란히 이어갈 방안을 찾는것도 중요한데, 그런면에서 저는 힘쓰는것 이외에 할 일이 없을듯 하니 제가 가야 적격이라고 봅니다.”
‘번식을 하는 것도 제 역할이긴 한데, 나이도 먹고 힘도 없는 내가 할 일도 아닌듯한거 같고’라는 생각은 찬우의 혼자 생각이었다.
젊고 체격도 좋고, 똑똑한듯 보이는 다른 남자 3에 비해 그가 네세울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찬우는 이상하게 힘이 넘치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 스스로 달라진거 같기도 하다.

영동고속도로는 온통 사고 투성이다. 새벽에도 다니는 화물차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사고를 낸탓이다. 그렇지만 차들이 많은 시간대는 아니었어서 요리조리 피해가면 큰 문제는 없었다.
정선에 찬우가 도착한 것은 밤 9시였다. 알려준대로 정선군청안으로 차가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개들이 차 주변을 둘러싼다. 한두마리가 아니라 10마리 이상이다.
“여기예요”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군청은 환히 불을 켜고 있었다. 그 안에서 작은 소녀둘이 몽둥이를 들고서 찬우를 부르고 있었다.
찬우가 차에서 내리자 개 한 마리가 찬우에게 달려들었다.
찬우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한걸음 빠지며 몸을 사렸다. 그런데 은근히 무언가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달려드는 개를 향해 주먹을 내민다.
‘캐갱’하며 저쪽으로 나가 떨어진다.
‘헉 내가 이런 주먹이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는참에 또다시 한 마리의 개가 달겨든다. 이번엔 아주 큰 놈이다. 아마 이놈들도 사람들이 키우다가 갑자기 없어져서 이리 미쳐 날뛰는 것이리라. 휙 발로 개의 배를 차버린다. 깨갱거리며 개가 물러선다. 그리고는 얌전히 앉는다. 다른 여러마리의 개들이 그 개를 따라 꼬리를 내리며 앉았다.
문이 열리며 쌍둥이 소녀둘이 나온다.
한손엔 몽둥이를 들고 한아이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내내 쟤내들과 싸웠어요”
살아남은 모든 여자들은 하나같이 차분하고 냉철한 느낌이 든다. 이 작은 12살 소녀들 조차 이런 상황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쳐야 마땅할 텐데 그러지 않다.
“아버지 어머니가 갑자기 아침에 없어졌어요. 한참을 산속을 찾아 헤매다 둘이서 산속을 걸어 왔어요. 인가를 만나 TV를 켜서야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선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왔는데 오다가 개들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했다.
고생했다고 다독거리는데 그녀들은 찬우의 품속에 와서야 찔끔 눈물을 흘리고 안겨온다.
“너무 무서웠어요”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때 서울은 암흑천지였다.

“이제 모든 것이 원시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발전소가 멈추었고, 인터넷도 되지 않습니다. 전화기도 아무 소용이 없는 원시문명이 된 것입니다.”
방송국은 자가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어서 KBS 방송국만 환히 불을 밝힌 상태였다.
“누군가 살아남아 있다고 해도 이젠 더 이상 연락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전기가 없이도 건전지만으로 들을수 있는 라디오 방송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연락할 방도가 없다는 것입니다.”“현재 최종 44명이 살아남아있고, 전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가 확인된 바로는 유일하다고 봅니다”
“지금부터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종족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구요” 씨익 웃으며 로버트라고 하는 백인이 말했다.

“청와대로 가서 사는게 어떨까요” 군인의 말이다. 그는 김형욱이라고 했다.
“그냥 지금 이대로 여의도에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서울에 모든 것이 있는데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모험이라고 생각됩니다.”
“찬우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곽문주가 물어왔다. 살짝 말투가 꼬는듯한 느낌이다.
넌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일까?
“영종도가 좋을 듯합니다.”“왜죠” 다들 의아한 표정이다.
“사람은 동물들에 비해 약한 존재입니다. 단체였을때는 최강의 종족이지만. 44명뿐인 지금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지요. 정선에서 개들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사방이 트인곳은 어디든 동물들의 습격장소가 됩니다. 사방이 섬인 영종도로 가서 다리 두 개를 막으면 어떤 동물들의 침범도 막을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곳은 공항으로 세계 어디든 갈수 있고, 넓은 땅에서 농사도 지을수 있으며, 군사시설도 갖추어 각종 무기들과 기름등의 자원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을거라고 봅니다.”
“바다옆이라 해산물도 얻을수 있겠구요” 곽문주의 말이다. 그녀는 요리전문가라고 했다.
“섬이라 물이 충분할까요”
“우리는 불과 44명입니다. 그정도의 물은 지하수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느닷없이 사는 곳을 정해야하는 토론을 하고 있는데 급한것은 그것이 아닐듯 합니다.”
방송일을 하는 김연희다. 그녀는 각종 방송장비와 통신등의 전문가였다.
“지금 전기가 나간상태인데. 원자력 발전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라늄이 새어서 환경을 파괴한다면 우리는 살아도 산것이 아닐것입니다. 그 외에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없어져 켜놓은 난방시설등에 불이난다든지 모든 것들이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전기가 나가서 안전한 것이 있고, 전기가 없어서 위험한 것이 있다는 말이군요”
“큰 문제는 없을것으로 봅니다. 울산등지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들은 혹 폭발해도 편서풍의 영향으로 일본쪽으로 갈테죠. 문제는 중국에서 우라늄이 샐 경우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거라는 건데”
그 많은 전문가들 중에 원자력에 대한 정보가 시원찮은 것으로 봐선 그 방면의 전문가는 없다.

“일단 몇일 기다려보면서 생존자를 찾고, 차분히 계획을 세워야 할것으로 봅니다. 인류의 유산으로 남아야할 것들에 대한 목록과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 등등 나름대로의 의견을 각자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대자보 형식으로 기록하셔서 로비의 벽에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흩여졌다. 이영이 서영이 쌍둥이 자매가 내 옆으로 왔다.
“아저씨는 다른 오빠들에 비해 덩치가 작아”
“그래서 나 지켜주려고 왔니”
“하핫.. 근데 이상하게 친근해. 우리랑 비슷해서 그런가."쌍둥이 자매가 실없이 농담을 한다.
나름 많은 사람들이 있고 동질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찾는것 같다. 아니 쟤네들은 정선에서도 차분했다.

1주일이 지났다. 생존자는 더 이상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헬기를 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국을 샅샅이 뒤졌다. 스피커를 크게 틀고서.

다른 사람들도 차를 몰고 전국을 누볐다. 역시 문제는 동물들의 습격이었다. 도처에서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동물들에게 낮에도 습격을 받았다. 개는 물론이고, 맷돼지. 심지어는 오소리들도 우리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호시탐탐 습격할 기회를 엿보았다.
이제 인간은 세계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런데 아무에게도 말은 안했지만, 동물들이 찬우에게는 달겨들지 않았다. 한번 쭉 노려보면 이내 꼬리를 내리고는 뒷걸음쳐서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문득 찬우 그도 모르게 개를 발로차던 그때부터 생긴 것이다.

그리고서도 한달이 지났다. 이제 3월 14일이다. 발렌타이가 막지난 2월 16일부터 한달이 지나가 버린것이다.
쌍둥이가 찬우에게 오더니 초콜렛을 내밀었다.
“아저씨가 사탕을 안주니까 우리가 초콜렛 줄게” 화이트 데이였구나 오늘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시 보니 남자 셋이서 열심히 여자들과 히히덕 거리고 있다.
“아저씨도 여자들한테 점수좀 받아봐요. 몇일안에 여자들이 같이 살 남자를 결정할거라고 하던데요”
무슨소리인가 싶다.
“그게 무슨말이지?”
“모르고 계셨구나. 아저씨는 너무 무능해”
쌍둥이의 농담이었지만 내심 가슴에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있다. 난 왜 살아남아 이 모양일까?
“여자들이 같이 살 남자를 결정할거래요”
“종족 번식을 위해서래”
“넌 그말이 몬지나 알고 하냐”
“왜 몰라 남자랑 여자랑 잠을 자서 아기를 만드는 거자나”
“같이 잠만 자면 되는건줄아냐”
둘이 옥신각신하며 싸운다.
“그래서 저 오빠들은 자기가 맘에드는 여자들 한테 사탕을 주면서 자기랑 같이 살자고 하는 중이래요”
그렇다. 찬우만 모르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찬우는 그동안 인류유산으로 남겨야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
44인들이 남긴 대자보를 보고 공통된것과 꼭 필요한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취합하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44인이 로비에 모였다.
“다들 음식은 맘에들고 잠자리는 편안하십니까?”
곽문주다 나이도 많기도 하지만 적재적소의 사회실력을 발휘하여 토론의 사회자로 리더로 부상하였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잠시 침묵한다.
“지금 이곳 지하에는 각지에서 모은 식량과 부식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간단히 발전기만 있으면 몇백년을 사용할 기름이 도처의 주유소에 그득하고 이곳에도 상당량 비축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아껴야 하고 봄이 오면 농사도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인 인류의 종족 번식을 위하여 아기를 낳아야 하는 소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40명의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는 공동체 입니다만. 최소한의 질서를 위하여 자기가 맘에드는 남자를 선택하여 같이 살아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중심으로 당분간 살아갈 곳을 정하겠습니다.” 로버트 제임스, 그리고 김형욱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여자들을 쭉 ?어보았다.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면 남자에게는 결정권이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간 충분히 고지하였으므로 여자들은 결정에 신중을 기해왔을 것이며, 한번 선택하면 다시 물릴수 없는 것이므로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조금 잔인한것은 4인의 남자를 동서남북으로 세워놓고 여자들이 한명씩 남자의 주변으로 가는 것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찬우는 기대하지 않았다. 쌍둥이 정도가 자신에게 올까?하는 기대감 정도였다.

검둥이 제임스에게 8명, 리차드에게 9명, 김형욱에게 16명이 갔다. 그동안 찬우에게 온 여자는 쌍둥이 2명과 방송일을 하는 김연희, 부산에서온 식물전문가 최수정, 그리고 화학의 박수연의 5명이었다. 찬우는 은근히 자신에게 여자들이 많이 온것에 솔직히 놀랐다. 나름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들이었다. 특히 화학의 박수연은 그중에서도 빼어난 미모와 몸매를 갖고 있어 김형욱등 남자들이 탐을 내고 있었는데 박수연은 의외로 찬우를 선택한 것이다. 남은 것은 두명이다.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물리전문가 조영은과 곽문주다.
먼저 조영은이다. 잠시 고심하던 조영은이 결심한듯 찬우에게 다가왔다.
모두들 놀란 표정이다. 최고의 미모와 지성 그리고 몸매를 자랑하는 조영은을 차지하기 위한 남자들의 욕심이 한껏 드러났었는데, 조영은이 가장 볼품없는 찬우에게 올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김형욱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허허 하면서 웃는 얼굴이지만 한없이 일그러져 있다.
곽문주가 김형욱을 선택하며 긴 행사가 끝이 났다.

“최소한의 가족이 탄생하였습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4대 문파의 탄생날로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나입니다. 잠자리는 비록 서로 달라졌지만 나머지 모든일은 공동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덕목은 아기를 낳는 일이될 것입니다. 다만 모두 한꺼번에 임신을 하게 되면 일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므로 순번을 정하여 임신했으면 합니다.”

한군데 모여있는 찬우를 비롯한 7인의 단촐한 가족은 어색하고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아저씨 모라고 말좀 해봐여”“야 아저씨가 모야. 이제 여보라고 해야지” 쌍둥이의 말에 모두의 웃음이 터졌다.
“너흰 아직 어려 최소 6년은 지나야 성인이 되는걸” 조영은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에이 그건 5천만 민족이었을때 하는 이야기고, 원시인은 지금도 딱인 나이야”
최수정의 한마디에 모두가 침묵한다. 그렇지 우리는 이제 원시인이다.
“결정은 찬우씨가 하게 합시다. 여자는 여럿이고 남자는 하나이니 우리가 서로 차지하려고 들거나 하면 복잡해질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6명의 여자들은 찬우씨를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고 잘 따르기로 맹세를 했으면 합니다.” 화학의 박수연이다.
“나 김연희는 서찬우의 모든 것을 존중하고 따를것을 맹세합니다.”
김연희를 비롯한 박수연, 조영은, 최수정, 그리고 이영 서영 쌍둥이 자매 총 6명의 여자가 차례로 맹세를 했다. 찬우는 그들 모두를 안고서
“날 선택해 줘서 고맙고, 이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후대의 우리 자식들이 명예롭게 생각하도록 할것을 맹세할게. 이제 우리는 피와 살을 나누는 한몸이 된거야”
“축하해” 김연희가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가 따라서 서로에게 “축하해”“축하해”를 외쳤다.
비록 인원은 가장 적었지만 그들의 우렁찬 웃음소리는 다른 세 집단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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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이 [26세](시흥)
발정인가? 왜 이리도 외로운지, 저랑 만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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