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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야버스 - 프롤로그프롤로그
16-03-19 21:22 7,704회 0건
프롤로그

“잠깐만요~!! 헉!헉! “
아내와 나는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오른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외줄 좌석은 비어있는 곳이 없고, 양줄좌석 또한 떨어진 좌석만 두개 비어 있을 뿐이었다. 버스 맨 뒤 한계단 높은 좌석줄의 오른쪽 창가 바로 옆좌석 하나, 그리고 그 자리 바로 앞좌석….

“당신은 여기 앉는 것이 편하겠다 “
한껏 목소리를 낮춰 아내에게 앞자리 좌석을 권했다. 양 옆 모두 사람이 앉아있는 맨 뒷좌석은 아무래도 불편해 보였다. 아내는 자기가 앉을 좌석의 창가 옆자리를 살펴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실례합니다~ “

아내의 옆자리는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살풋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하는 아내를 힐컷 쳐다보더니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이내 시선을 걷어들여 다시 창문 밖으로 향하였다. 창문밖은 벌써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가게 간판들도 하나둘씩 불을 켜기 시작했다.
아내가 앉는 것을 지켜본 후 내가 앉을 좌석으로 다가갔다. 오른쪽 창가 옆자리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왼쪽 자리는 6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졸고 있었다. 옆의 중학생은 내가 앉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고 카톡질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오늘 나는 아내와 경북 본가로 내려가는 중이다. 오늘이 아버지 제삿날이다. 전에는 나 혼자만 내려가도 별 말씀을 안하시던 어머니가 올해는 꼭 같이 내려오라고 성화가 대단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운전을 싫어하는 나는 고향을 내려갈 때면 거의 우등버스를 이용한다.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좌석도 편하고 고향까지 곧장 갈 수 있어 좋았다.
버스는 좀처럼 서울을 벗어나지 못했다. 퇴근시간과 맞물려 정체와 지체를 반복했다. 7시 버스를 탔으니 도착하면 11가 넘을 것이다. Ktx를 타면 시간은 좀 더 단축시킬 수 있겠으나, 동대구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그 시간에는 고향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 그래서 매번 곧장 갈 수 있는 버스를 이용한다.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다다른 버스는 마지막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아내는 버스를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논문준비로 어젯밤을 꼬박 세우다시피 했고, 오늘도 버스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뛰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심을 잡지 못하던 아내의 고개가 자꾸만 버스 통로쪽으로 기울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머리를 바로 잡아주었다. 아내의 무테 안경이 코끝에 걸려있어 그것 또한 잡아주었다. 내 손길에 잠깐 깨는 듯 싶더니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그런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같이 바라보니 남자가 내 시선을 피했다. 왠지 좀 불안한 듯 보이는 눈빛이었다. 눈이 맑지 못하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잠에 빠진 아내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눈가에 잔주름이 제법 걸려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찡하니 울려왔다. 정말 고왔던 얼굴이었는데 세상살이 풍파를 아내라고 비껴가진 못했나 보다.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약속했건만….

우리는 캠퍼스커플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도 한 2년 더 세월을 보내다가 복학해서 아내를 만났다. 학교앞 주점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 아내는 내 옆자리에 앉아 같은 과 친구들과 파전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술기운으로 같이 합석하자고 했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함께했다.

아내는 28살에 나에게 시집을 왔다. 고시에 매달려 있던 34살 무일푼 실업자 노총각이었던 나와 결혼을 했다. 교대를 졸업한 아내는 당시만 해도 박봉인 교사월급을 통째로 나에게 쏟아부으며 뒷바라지를 했다. 고시는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1차는 몇번이고 합격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미련을 못버리고 계속 도전한 것이 8년… 2차는 번번히 떨어졌다.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이 나를 믿고 기다렸다. 포기한 것은 결국 나였다.

33살이 되던 해 마지막으로 도전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나는 이듬해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고 아내에게 청혼을 했다. 비록 시골이었지만 경북의 이름난 부잣집인 아내의 친정은 극심하게 반대하였다. 특히 장모의 반대가 심했다. 이유인즉슨 궁합이 안좋다는 것이었다. 물론 변변찮은 직업과 그저 그런 집안의 장남이라는 것이 진짜 이유였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내게로 왔다.

지방의 조그만 제지회사였던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내실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일까? 작년에 인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아내 또한 열심히 일했다. 평교사로 출발하여 지금은 교무주임이다. 재작년부터 심리학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곧 학위를 취득할 것이다. 아내의 꿈은 무료 아동심리상담센터를 여는 것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아내의 소원이었기에 나는 아내의 꿈을 꼭 이뤄주고 싶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남은 삶은 아내 자신의 인생을 살게 해 주고 싶었다.


부르르….
진동으로 맞춰놓은 핸드폰이 안주머니에서 울렸다.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 잘 내려가고 있어요? 엄마는요? 엄마 전화 안받네… ‘
늘 이렇다. 특히 딸은 더욱 그렇다. 이제 고2인 딸아이는 나와는 거의 대화가 없다. 군대 가 있는 아들 또한 별반 다를 않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은 다들 그렇다고 하지만 조금은 섭섭할 때가 있다. 가끔씩 문자나 전화가 오면 ‘엄마는요?’ 이것이 90%다. 물론 이해는 한다. 늘 회사일로 바쁜 나는 애들과 공감대가 없다.

‘ 응. 잔다. 밥은 먹었니? ‘
두꺼운 손가락을 눌러 답장을 했다. 옆자리 남학생이 낄낄거린다. 어슬픈 타자를 치는 내 모습이 우스운가 보다 싶어 고개를 돌리니, 카톡을 보며 제 혼자 웃고 있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부르르….
딸아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 네, 잘 다녀오세욤~ ‘
‘ 그래. 내일 학교 늦지 않게 일찍 자거라~ ‘

딸아이와의 문자가 끝나자 버스는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1차선으로 접어든 버스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버스 통로 실내등이 꺼지자 일순 버스안은 어둠에 잠겼다. 버스 앞 몇몇 자리는 독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앉은 자리는 등이 켜지지 않았다. 버스 뒤부분은 어둠속에 잠겼다.
아내 옆의 남자는 차창 커튼을 쳤다. 언뜻언뜻 비치는 창밖 가로등 불빛이 거슬리나 보다.
나는 아내가 앉은 좌석을 보았다. 아내의 고개가 남자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고개를 바로 잡아 주었다. 아내는 깨지 않았다. 아마도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눈을 감고 팔걸이 버튼을 눌러 좌석을 최대한 뒤로 뉘였다.
우등버스의 좌석은 넓고 편안해서 좋다. 그래서 잠도 잘온다.

하지만…
오늘은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자꾸만 앞에 앉아있는 아내가 신경 쓰였다. 다시 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앞좌석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고는 버스의 엔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였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 키킥~ “
옆 자리 남학생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때문에 눈이 떠졌다. 어렴풋이 든 잠이 깨버렸다. 신경질이 났다. 나는 뒤로 누운 자세 그대로 옆자리의 남학생을 흘겨보았다. 옆자리 학생은 좌석을 곧추세워 계속 카톡질을 해대고 있었다. 처음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하기사 익숙한 모습이다. 스마트폰에 목숨을 걸고 있는 여느 청소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도 버스가 도착할때까지 저 모습 그대로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남학생을 곁눈질로 훓고 있는데 그 남학생이 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카톡창이 눈에 들어왔다. 최신폰인지 화면이 크다. 나는 무심코 카톡창을 바라보았다. 남학생은 카톡에 정신이 팔려 뒤에서 훔쳐보고 있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버스안의 대부분의 승객들은 잠들어 있었다. 어둠속에서 남학생의 카톡창만이 오똑 빛나고 있었다.

카톡화면 바탕을 나름대로 꾸몄는지 어지러웠다. 대신 글자체는 요즘 애들 답지 않게 정자체여서 눈에 잘 들어왔다. 그런데 내용은 잘 알 수가 없었다. 요즘 애들이 쓰는 용어는 거의 외계어 수준임에 나 같은 노털이 100% 이해하기엔 애초에 무리였다. 그래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말들중 내가 아는 글만 훔쳐보았다. 아마도 이 남학생은 또래 친구 서너명과 단체톡을 하는 모양이었다.

친구1 : 헐~ 대박~
친구2 : 니 씨바 졸라 잼나겠다
친구3 : ㅋㅋㅋ 화상전화로 실시간 중계해봐…
남학생 : 븅신아…안돼… 들키면 니가 책임질래? 졸라 병신새끼네… 톡 끓는다.
친구3 : 야~ 씨바… 먄… ㅋㅋㅋ… 계속 문자중계해조…
친구1 : 그래.. 빨리..
친구2 : 아줌마 이뻐?
친구1 : 몇살쯤 돼 보이던데?
친구3 : 우리 담탱이보다 이뻐?
남학생 : 아까 잠깐 봤는데 담탱이보다 나이는 더 많아 보여.. 한 40대 중반? 얼굴 봐줄만… ㅋ 근데 골반
쩔더라…

이놈들이 아마도 어느 여자를 놓고 서로간 얘기중인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 카톡을 바로 보았다.

친구1 : 우와 이 뵨태새끼… 그 짧은 시간에 자세히도 봤네.. ㅋ
남학생 : 븅신들… 내가 여자킬러 아니냐… 저런 골반 가진 여자… 빠굴맛 죽여줘… ㅋㅋㅋ
친구2 : 진짜? 골반이 어떻던데? 자세히 얘기해조봐봐…
남학생 : 나이 답지 않게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 빵빵~ ㅋㅋ.. 너 자지섰지?
친구2 : ㅠ ㅠ 어….
친구1 : ㅋㅋㅋㅋㅋ
친구3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븅신….
남학생 : 지랄… 쳐웃기는… 니들도 섯잖아… ㅋㅋㅋ 근데 나도 섯다. ㅋㅋㅋㅋ

나쁜 놈들… 대가리 피도 안마른 어린놈들이 입이 지저분하다. 아무리 성에 빨리 눈 뜨는 요즘 애들이라고 하지만 너무한다 싶었다. 우리 딸아이도 저럴까라고 걱정이 되었다. 우리 딸은 절대 그럴 애가 아닐것이다. 근거는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저런 더러운 말들을 내뱉는 애들을 몰래 훔쳐보는 내 자신 또한 같은 부류가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감은 내 눈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다시 띄여졌다. 어린 놈들이 씹고 노는 아줌마가 누군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친구2 : 아… 속탐… 지금은 남자새끼 어떻게 하고 있어?
남학생 : 남자새끼 계속 아줌마 허벅지 만지고 있어. 아줌마 계속 치우고… ㅋㅋㅋ 남자 개무시… 계속 쳐만짐…
친구3 : 근데 캄캄할텐데 보여?
남학생 : 븅신… 어렴풋 보이거던… 바로 앞자리거든…

갑자기 눈이 커지며, 머리털이 곤두섰다.
이놈들이 씹고 노는 여자는 나의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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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입니다.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다들 잘계셨죠?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잘 안되네요… ^^
호연리를 결국은 마무리 하지 못하고 새로운 글로 찾아 뵙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할 것이고 쉬엄쉬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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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꼬꾸 [23세](서울)
사람이 몇번 대화해보고 만나봐야 알더라고요 하두 많이 디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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