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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왕이 되자 - 40부
16-01-23 20:44 8,261회 1건
40.

오수영은 강연장에 모인 백여명의 사람들을 보았다. 넓은 강연장 이었기에 빈자리가 굉장히 많았다. 모인 자들은 이미 탈락한 사람도 몇 있었지만 일단은 악마왕 게임의 참가자들이었다.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악마왕을 만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강연장은 일찍이 마법 소녀들을 모아 두고 세뇌 작업을 벌였던 그 곳이었다.

힘에 매료된 자들, 천사들의 갑작스런 습격에 당황해 안전한 곳을 찾은 자들, 틈을 봐서 이 게임에서 빠질 생각을 하는 자들. 제 각각의 의도를 품고 모여들었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모두들 개성이 강했다.

“안녕하세요.”

오수영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묘한 분위기의 소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받은 식칼이 오수영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오물거렸다.

“안녕.”

식칼은 자신의 카타나를 만지작 거렸다. 폴리가 깃들어있지 않은 카타나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옆에 예린도 있었기에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예린은 오수영의 눈이 자신을 향하자 약간 머뭇 거리다가 마지 못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두 분은 어떤 능력이 있으신가요?”

예린의 눈썹이 찡그려 졌다. 이 여자는 바보인가? 초면에 그런 질문을 해? 다들 경쟁자인데.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려는 식칼의 손을 잡아 제지하며 예린이 뾰족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대답 할 이유가 없네요.”

오수영은 날 선 예린의 표정을 보며 움찔한 기색을 보였다. 곧 오수영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탐색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저, 두 분은 이미 게임에서 탈락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예린은 여전히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건드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부분을 기어이 집어내는 수영의 말에 예린의 눈썹이 조금 더 일그러졌다. 자존감 때문은 아니었다. 성태에게 패한 것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다만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런 정보를 쉽게 들킨다는 것이 불쾌한 것이다.

“느끼실 수 있죠?”

수영은 예린이 짓는 표정에 별 신경 쓰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예린 대신 식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린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동의했다. 패잔병이리라 생각되는 사람이 몇 있었다. 본능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처럼 누군가에게 패배하고도 살아 남은 자들이라는 것을.

“사실은 저도 성태 님의 부하가 되기로 했거든요.”

표정을 읽기 힘든, 아마도 별 생각하지 않고 있을 식칼의 너머로 오수영의 얼굴이 보였다. 평범함. 그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악마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이 평범한 사람 같은 그녀의 분위기가 예린을 더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저 모든 모습이 저 여자의 전략이라면? 그게 그녀의 능력이라면?

“그래요?”

예린은 그저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식칼이 표정을 읽기 어려운 예의 그 얼굴로 수영에게 말했다.

“왜 성태 님이라고 불러?”
“네?”
“우리는 주인님이라고 하는데.”

예린은 속으로만 생각했던 의문을 식칼이 말해 버리자 이걸 좋아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했다. 적에게 정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식칼의 말에 수영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예린은 역시-라고 생각하며 수영에 대한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저… 여기 앉아도 되나요?”

미희가 쭈뼛거리며 예린과 식칼을 향해 걸어왔다. 미희는 참가자들이 무서웠고, 그 무리 중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식칼과 예린을 보며 반가운 마음에 다가왔다가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네. 앉으세요. 자리 많잖아요.”

예린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데 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패잔병의 기운이 뚜렷하게 느껴졌기에 예린도 미희에 대한 경계심은 거의 없었다. 미희는 그래도 동료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옆에 있게 되자 눈에 띄게 안심하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세련된 오피스 룩을 입은 두 여자가 있었다. 똑같은 얼굴의 쌍둥이었다. 그녀들은 딱히 예린의 쪽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똑같이 게임의 탈락자임을 알리는 느낌이 들었고 미희가 가볍게 목례했다. 그러자 두 여자도 미희를 향해 소리 없이 고개로 인사했다.

“생각보다 아군이 많네요. 여섯 명이 주인님의 부하라… 뭐, 저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부하라면 우리 아군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숫적으로는 우리가 유리하네요.”
“당신도 아군이 아닐 수도 있죠.”

수영의 말에 예린이 대답했다. 그렇게 말한 순간 수영의 분위기가 변했다. 굉장히 음험하고 끈적이는, 위험한 느낌. 늪에 빠진듯한 감각에 미희는 몸을 떨었고 식칼은 카타나를 뽑으려 했다. 살짝 날을 드러낸 카타나는 끝내 그 모습을 모두 보이지는 않았다. 식칼의 얼굴이 조금 당황을 띄기 시작했다. 팔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너무 그렇게 미워하지 말아요. 섭섭하잖아요.”

수영이 풍기는 위험한 느낌에 예린은 시간을 돌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보류했다. 어쩌면 오늘은 능력을 써야 할 일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수영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방금의 위험한 느낌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녀는 다시 평범함 외에는 아무 것도 감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당황을 느낄 새도 없이 강연장 앞쪽의 무대에 성태와 현욱이 나타났다.

“조아려라.”

현욱이 나지막하게 말하자 강연장에 앉아 있던 참가자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 머리를 숙였다. 그 행동과 동시에 사람들은 깨달았다. 저 늙은이가 악마왕이며 이 게임의 주최자라는 것을.

“좋아.”

현욱이 다시 말하자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대개 당황하고 있었지만, 몇몇은 강한 현욱의 힘에 열광하기도 했다. 현욱은 만족하며 성태에게 고개짓을 했다. 성태가 미소 띈 얼굴로 두 걸음 앞으로 나온 뒤 말하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참가자 여러분. 저 역시 여러분과 같이 이 악마왕이 되기 위한 게임에 참가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을 돕는 악마들이 여기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악마들은 악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약간의 술렁임이 일었다. 성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원래라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힘을 노리며 싸우고 있어야겠지만, 왕께서 우리 중에 다음 악마왕이 될 그릇은 없다고 판단하시고 이렇게 한자리에 모으기를 명하셨습니다. 이미 겪으신 분도 있겠지만 천사들이 우리가 벌인 게임을 눈치 채고 참가자 중 몇을 습격하는 사태가 있었지요.”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들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미희는 그때의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상황이니 왕께서는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어 이 자리에 모은 것입니다. 우리는 왕의 아래에서 하나로 단결해 전쟁을 치를 것입니다. 천사들과.”

무대 위의 성태가 말을 잠시 멈추었다.

참가자들의 마음을 바라보고 가장 적당한 인간 하나를 골랐다. 사십대로 보이는 남자. 그는 이 미친 게임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남자인 것만으로도 그가 악마왕의 씨에서 태어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소모시키기에는 딱 좋았다.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제로 전쟁에 참가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간지르며 불만을 키우게 만들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개 좆 같은 문자에 답 좀 적었다고 천사들하고 싸워야 한다고?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불만이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결국 남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개소리야! 누가 그딴 짓을 한다고! 이런 게임 원하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내 보내줘!”

성태가 가볍게 미소짓는 것을 본 현욱이 표정을 굳혔다. 다만 현욱의 마음은 표정과는 달리 꽤 즐거운 종류의 것이었다. 성태의 수작을 뻔히 보면서도 모르는 척 그에게 속아주었다. 성태가 굳은 얼굴의 현욱을 보며 말했다.

“참 무례한 자가 아닙니까? 여기서 왕의 권위를 보여주시는 것도…”

현욱은 고민하는 척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늙은 피부의 감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음, 천사들과 싸우기 전에 몸뚱이도 좀 고쳐야겠군. 아예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어. 성태의 말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던 이현욱은 사십대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그 시선에 기가 죽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재밌는 능력이군. 불태우거나 얼리는 능력인가.”

사십대 남자가 몸을 떨었다. 어떻게 아는 걸까? 자신의 능력은 확실히 대상에 불을 붙이거나 얼리는 능력이었다. 대상의 온도나 성질에 따라 욕망의 소모는 다르고 그리 쓸모 있는 능력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을 죽이는 데는 유용한 편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가스 폭발에 휘말려 죽은 참가자들은 아마도 남자의 능력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도 못했으리라.

남자는 몸을 떨며 자신이 죽인 참가자들을 생각하다가 현욱을 바라보았다. 이건 정말로 악마의 게임이야. 현욱의 모습을 보며 거역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었다. 살인을 한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남자는 자신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냥 열이 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타 죽을 만큼 뜨거워졌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입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남자의 몸은 불길에 휩싸였고 주변의 참가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십 초? 참가자들은 모두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아무튼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에 불이 붙더니 그야말로 삽시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 참가자들은 모두 공포에 짓눌렸다.

“또 거역할 자가 있나?”

현욱이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대답은 자리에 앉아 있는 참가자들에게서가 아니라 자신의 옆에서 들려왔다.

“있습니다.”

성태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욱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움직이는가?

예린이 떨리는 눈으로 성태를 바라보았다. 안돼… 할아버지는, 이현욱은 네가 충성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현욱이 내렸던 명령은 지금도 예린이 그날의 일을 말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엄마인 나영선과 예린, 그리고 성태가 철저하게 농락 당했던 그날, 성태가 이현욱의 힘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본심을 내뱉은 그날 내려진 명령. -너희 둘은 지금 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한다.

예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안돼! 안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안돼! 성태를 향해 간절히 마음을 움직였지만 성태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저 늘 지어오던 여유로운 표정으로 현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콰광!

강연장의 사방에서 벽을 뚫고 지렁이를 닮은 괴생명체가 나타났다. 예전 마법 소녀들을 집어 삼켜 이곳으로 옮겨온 그 생명체들이었다. 순식간에 참가자들이 앉아있던 의자까지 통째로 삼켜버리며 도로 벽 속으로 뚫고 들어갔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얄팍한 비명 소리가 조금 들려온 것이 전부였다.

강연장의 남은 의자는 박살이 나고 벽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이 넓은 공간에 이제는 성태와 현욱만이 남게 되었다. 현욱이 웃었다.

“슬슬 시작하려나보군.”
“알고 계셨습니까?”
“네 녀석이 쉽사리 고개 숙일 놈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성태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시원스런 웃음 소리를 들으며 현욱 역시 웃어 보였다. 현욱의 벌어진 입에서 누런 이가 맞물렸다. 이를 드러내며 길게 찢어진 균열을 보이는 늙은이의 표정이 괴기 스러웠다.

“그건 그렇고. 넌 누구냐.”

현욱은 성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웃고 있던 성태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그 정도도 모를까.”

성태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개조 인간은 현욱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자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봄이를 통해 주인인 성태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었다. 성태와 똑같은 모습을 한 개조 인간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제가 말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거기 있는 몸뚱이는 제가 아니지만요.”
“그런가.”

현욱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 개조 인간이 미소 지었다. 이제야 좀 건방진 신하의 표정과 비슷해졌다고 느끼며 현욱이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으십니까? 제 함정에 빠지셨잖습니까?”
“재밌어서. 네가 이토록 나를 재밌게 해줄 줄은 몰랐구나. 앞으로도 너를 아껴주마.”

개조 인간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에게 앞으로는 없을 겁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강연장의 문을 통해 스무명의 개조 인간이 더 들어왔다. 현욱은 그것들이 제법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디 편히 가시길.”

비웃음 가득한 그 말을 끝으로 성태를 닮은 개조 인간의 표정이 다시 무표정해졌다. 현욱은 이제 그 개조 인간과 성태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렵지 않나? 이제 곧 죽을 걸 알고 있을터인데.”
“우리는 죽음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개조 인간의 대답에 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들었군. 그러면서 들어오는 개조 인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현욱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바라보지도 않고 가짜 성태의 머리를 휘갈겼다. 그 가벼운 손놀림에 가짜 성태의 머리가 수박처럼 깨지고 말았다.

강연장에 막 들어온 개조 인간들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무대에 서서 피묻은 손을 털어내는 현욱을 향해 스무명의 개조인간들이 동시에 뛰어들었다. 현욱은 신하가 선물해준 귀여운 반란을 마음껏 즐길 요량으로 개조 인간들의 머리를 손수 내리쳐가며 모두 박살 냈다. 혼자서 마법 소녀 셋을 가지고 놀듯 상대하던 라이더 자켓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대 위를 뒹구는 개조 인간들의 시체를 보며 현욱은 더 이상 피를 털어내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피 칠갑을 하고 있는 것도 괜찮은 느낌이었다. 제법 잘 만든 것들이었어. 개조 인간 하나의 시체를 툭 하고 차며 현욱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성태에게 또 한번 매력을 느꼈다. 공들여 만든 것들 같은데 버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성태의 마음 밑바닥에, 이정도를 버리는 것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치기 어린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현욱은 강연장을 걸어 나갔다.

“이게 끝일리는 없고.”

현욱이 중얼거리는데 방금 나온 강연장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성태의 수작에 걸려들지 못한게 아쉽다 생각하며 강연장을 바라보았다. 그 어린 것이 열심히 준비했을텐데 저기에 한번 휩쓸려주면 좋았을 걸.

또 한번 폭발 소리가 났다. 또, 또. 산발적으로 들려오던 폭발 소리가 점점 잦아졌다. 현욱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소리 내서 웃는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그러고보니 여기가 꽤 깊숙한 지하라는 사실이 현욱의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군! 매장 시켜버릴 생각이군. 현욱은 머리를 탁 치며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 균열이 가며 콘크리트 덩어리가 조금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건물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지렁이를 닮은 괴생명체는 몸 속에서 사람을 토해냈다. 튕겨지듯 바깥으로 나온 김성욱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괜찮아요?”

얼굴을 만지는 부드러운 느낌에 끙끙거리며 눈을 떠보니 평범한 인상의 여자가 있었다. 강연장 안에서 식칼의 옆에서 성태의 부하라 주장했던 여자, 오수영이었다.

“어, 음. 괜찮은 거 같아요.”

성욱이 머슥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은근슬쩍 땅을 짚는 척 수영의 허벅지에 손을 얹으며 부드러운 감촉을 즐겼다. 수영이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저기… 손 좀.”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색하게 놀라는 척 한 성욱을 보며 수영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좁은 방으로 보이는 이 공간에는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문도 없이 밀폐된 공간에 바깥으로 연결 된 것은 지렁이 같은 것들이 다녀간 구멍과 밖과 연결된 문 하나 뿐이었다. 성욱은 쾌재를 불렀다. 단 둘 뿐인데 상대는 여자라. 느껴지는 기운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 죽이는데 힘들 것 같지도 않았다. 이왕 죽일 거 재미도 좀 볼 생각을 하던 성욱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 지 수영이 말을 걸었다.

“저는 오수영이라고 해요.”
“저는 김성욱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통성명에 성욱은 황당함을 느꼈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그 괴물 같은 거에 잡아먹히는 줄 알았는데.”
“저두요. 하하, 먹히는 건 아니었나보네요.”
“그런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세요?”
“예, 예?”

그걸 묻는다고 가르쳐 줄 미친놈이 있나? 그런 걸 묻는다고 떠벌려서야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생각하던 성욱은 멍한 표정으로 수영을 바라보았다. 수영이 말했다.

“전 부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능력인가요?”
“거기 돌조각 좀 짚어 주실래요?”

성욱의 몸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바닥에 있던 돌조각을 수영에게 건냈다. 성욱은 깜짝 놀라며 수영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위험한 능력 아닌가?

“대단한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그 사람이 상식적으로 해줄만한 일만 부탁할 수 있는 거고. 상대방이 반발심을 가지면 욕망을 엄청 소모해야 하거든요. 오늘은 욕망을 제법 써서 무리한 부탁은 하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제가 부탁하면 반발심 같은 건 가지면 안되요. 지금 상황이 이상하니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도 있잖아요.”

애교스럽게 웃으며 수영이 말했다. 성욱은 저 여자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런 정보를 왜 말해주는거지?

수영은 성욱의 당황에는 관심 가지지 않고 자신들을 삼켰던 지렁이 같은 것들이 지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통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엎드린 채 구멍안에 상반신을 밀어넣은 덕에 뒷치기를 하기 좋은 자세가 되어있었다.

바보군. 저 여자는 확실히 바보야. 성욱은 결론을 내리며 자신이 재미 보기 좋도록 자세를 잡아준 수영에게 감사했다. 성욱은 욕망을 손가락에 집중하며 수영이 바라보는 구멍 안쪽에 N이라고 써 넣었다. 그리고 수영의 등에 손가락을 가져가 빠르게 S라고 썼다. 성욱은 자신의 마음에서 욕망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을 느끼며 능력이 발동된 것을 확인했다.

수영은 자신의 스커트를 들치고 엉덩이를 만지는 손길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구멍에 붙은 몸을 떨어트릴 수 없었다. 수영이 당황 어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잠깐만요, 그만둬 주세요.”

수영이 소리지르자 성욱은 자신의 마음을 그녀의 욕망이 침범하는 것이 느껴졌다. 성욱은 그녀의 부탁에 반발하는 마음을 가지자 자신의 욕망이 그녀의 능력을 방어해냈다. 성욱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병신 같은 년. 자기 약점을 마구 떠벌리니 이렇게 되지.

성욱은 수영의 엉덩이를 감싸던 분홍색 팬티를 내렸다. 하얀 피부가 드러나자 성욱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보지를 바라보았다. 물기는 없었지만 곧 젖게 될 것이다. 성욱의 손가락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아… 으… 기분 이상해요. 제발 그만두세요.”
“수영아, 너 빠구리 해봤냐?”

성욱의 말이 반말로 바뀌었다.

“아, 아니요.”
“엥, 너 몇살인데?”
“스물 넷이요.”

성욱이 수영의 엉덩이를 짝 때렸다.

“아앗…!”
“너 뭐하고 살았냐. 오빠가 오늘 너 뚫어 줄테니까 고마운 줄 알아.”
“으으… 안돼요…!”

성욱은 수영의 보지가 점점 젖는 것을 느끼며 바지를 까내렸다. 성질 급한 자지가 한참 전부터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욕망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렸기에 성욱은 여유를 가지고 즐길 생각이었다. 그는 자지를 수영의 엉덩이에 비비며 부드러운 엉덩이 골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히익…”
“오빠 좆이 느껴져? 기분이 어때?”
“이, 이상해요. 징그럽고… 이제 그만해주시면 안돼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 미친년아.”

성욱의 몸이 수영의 몸을 깔고 포개졌다. 수영은 귓가에서 음침하게 중얼거리는 성욱의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우리 수영이가 귀여워서 오빠가 참을 수 없네.”
“지, 진짜요?”

별생각 없이 지껄인 말이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오자 성욱은 수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줍은 듯 발그레 볼을 붉히며 눈을 내리 까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 년이 왜이러나 하면서도 성욱은 적당히 맞춰가며 대화했다.

“왜 그런 말 별로 들어본 적 없어? 많을 거 같은데.”
“처음… 들어요.”

자지를 비비는 엉덩이가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피하기 위해 움직이더니 이제는 그런 기색도 없었다. 성욱이 혀를 끌끌 찼다. 이년 진짜로 사차원이구만. 성욱은 잘 꼬아내면 일부러 능력을 쓰지 않아도 따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자세로는 가슴이 구멍에 딱 붙어서 만질 수 없는게 조금 불만이긴 했다.

“나는 수영이 너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는데.”
“그럼… 저 풀어주시고 우리 연애부터… 시작하면 안되나요.”
“미안, 오빠 못 참겠어.”


그 말을 끝으로 성욱은 구멍에서 몸을 뺐다. 다시 눈에 들어온 오수영의 엉덩이를 보며 허벅지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길을 피하려 조금씩 움찔거렸지만 아까의 움직임과는 확연히 달랐다. 거부라기보다는 부끄러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보지도 이제는 흥건해져있었다.

성욱은 더 참지 못하고 자지를 밀어넣었다. 수영은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 이물감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앙… 아파요… 오빠… 아파요…”

콧 소리와 울음 소리가 섞여 들려오자 성욱은 더욱 흥분을 느꼈다. 평범한 년이라 생각했는데 대할 수록 귀여운 맛이 있었다. 조여 오는 질의 감촉이 기분 좋게 성욱의 자지를 감싸고 있었다.

“앙… 앙… 안되는데…”
“수영아, 미안해… 오빠가 나쁜놈이야…”

허리를 흔들며 성욱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쏟아냈다.

“으응… 저… 좋아해서… 이러는 거죠?”
“사랑해… 씨발… 사랑한다고!”
“그러면… 앙… 괜찮아요… 응… 으응…”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수영의 보지가 꽉 자지를 조이는 것을 느낀 성욱의 입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랑해, 수영아, 사랑한다!”
“오빠… 헉… 저두요… 흐윽… 으응…”

성욱은 진한 쾌감을 느끼며 바쁘게 허리를 흔들었다. 미친듯이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내뱉으며 그녀의 질이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쌀게, 오빠 이제 못 참아.”
“아, 안돼요! 안에다가는…”
“싼다… 싼다…!”
“아아…”

성욱의 자지가 정액을 토해냈다. 수영은 몸 속에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탄식을 토해냈다.

“아기… 생기면…”
“오빠가 책임질께.”

성욱은 자지를 뽑아내며 수영의 몸을 바라보았다. 죽이기는 아까운데. 그러고보니 아까 강연장 안에 탈락자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지. 그냥 탈락만 시킬 수도 있나? 수영을 계속 좆집으로 쓰고 싶다는 욕망에 성욱은 안돌아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그럼 우리 결혼하는 거죠?”
“어? 어? 그럼! 결혼해야지!”

지랄하네, 미친년. 성욱은 소리 내어 웃을 뻔 했지만 참아냈다. 곧 능력을 해제하자 수영이 몸을 일으켰다. 어색한 표정의 수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머뭇 거리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눈동자를 살짝 자신을 향했다가 도로 내리까는 수영을 보며 성욱은 이년이 이렇게 귀여웠었나하고 생각했다. 수영이 뾰루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직 우리 키스도 안 했는데.”

성욱이 그녀에게 다가가 몸을 덮썩 안았다.

“키스해줄까?”

수영은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성욱은 점점 안달나는 자신을 느꼈다. 왜 이렇게 귀엽지? 그는 얼른 수영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을 떼어내자 수영은 꿈꾸는 소녀 같은 눈빛을 하며 말했다.

“저… 첫키스에요, 오빠.”

성욱은 얼굴이 붉어졌다. 정신이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하면서도 따스하고 기분 좋았다. 이렇게 귀엽고 좋은 여자를 강간 했다니. 성욱은 이미 안고 있던 그녀의 몸을 더 힘주어 꽉 안았다. 성욱의 귓가에 수영이 속삭였다.

“오빠는 저한테 속았어요. 제 능력은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오수영도 아니고, 스물 네살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에요. 당신 같은 쓰레기와 결혼할 생각도 없고 첫키스도 아니었어요. 상관없죠?”

성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딴게 다 무슨 상관이야!

“제 노예가 되어 주실거죠?”

이번에도 성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어, 들어와.”


수영의 말과 동시에 방문이 열렸다. 예린 일행과는 또 다른 탈락자, 오피스 룩을 걸친 두 쌍둥이 자매였다. 안경을 낀 김소정, 그렇지 않은 김소윤이 이성을 상실한 채 수영을 안고 있는 성욱을 바라보았다. 소정이 자신의 안경을 살짝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그놈 쓸모 있나요?”
“설마!”

수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

작가의 말

오랜만이네요. 바빴습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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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 [19세](세종)
외로움 많이 타는지라 남친?애인?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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