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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왕이 되자 - 33부
16-01-23 20:37 1,748회 0건
33. 식칼

카타나를 손에 든 여자, 식칼은 멀리 보이는 성태의 학교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질적인 느낌이 뭉텅이로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 어떤 게임 참가자들의 본거지도 이런 느낌을 주는 곳은 없었기에 폴리는 약간의 당황을 표시했다.

[군대라는 느낌이군. 성태라는 놈은 미친놈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폴리는 미친 듯이 웃었다. 저런 놈 밑에 들어가는 거라면 그리 나쁘지도 않겠는데. 식칼은 딱히 대답하지 않고 학교를 향해 걸었다.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 운동장에 서있는 열댓명의 사람이 보였다. 폴리는 그들이 게임 참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임 참가자들에게는 억제되었던 적대적인 감정이, 저들에게는 유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이능력자들인가?]

그러기에는 악마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지구상에 악마와 계약한 마법사들은 많았고, 그런 자들을 만나 보기도 했지만 저것들은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묘하게 성태의 향이 뭍어있었다.

운동장에 대기하고 있던 강화 인간들은 식칼을 바라보았다. 딱히 적의나 증오심은 없었다. 서로 싸우는데 그런 감정이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반듯이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물리력 뿐. 강화 인간들은 그 어떤 적개심이 없이도 타인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는 순수한 병기들이었다.

“와, 저게 그 참가자구만. 괴물인데.”

강화 인간의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있는 예린과 그녀의 곁을 지키는 라이더 자켓이 다른 자들 처럼 식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더 자켓의 말에 예린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칼의 기운은 분명히 압도적이었다.

한편 학교 옥상에서는 성태와 봄이 난간에 기대어 운동장의 무리 전체를 내려보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앞으로 벌어질 싸움을 기대하는 성태를 보며 봄이 말했다.

“왜 예린 선배한테 말 안 해줬나요?”

식칼의 마음을 이미 점령한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성태가 씩 웃었다.

“나를 죽이러 오는 적이라고 생각을 해야 예린이도 최선을 다하지 않겠어? 식칼은 예린이를 죽이는데 별 거부감이 없을텐데 더 약한 예린이가 식칼을 죽이는데 머뭇거리기 까지 하면 싸움이 안되잖아.”

성태의 말에 봄이 쓴 웃음을 지으며 운동장을 내려보았다.

교문을 통과한 식칼이 조금씩 걸음을 빨리하고 있었다.

[이왕 밑에 들어가게 된 거, 다 죽여버리고 얼마나 우리가 우수한 지 보여주자고. 깔깔]

광기에 찬 목소리를 폴리가 내뱉았다. 식칼의 빠른 걸음은 어느새 달리는 것으로 변해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식칼의 머리를 향해 살짝 뛰어오른 개조 인간 하나가 발을 날리려 하고 있었다. 식칼의 눈에 자신의 머리를 향하는 가는 실선이 한가닥이 들어왔다.

식칼의 스킬, 예측선. 자신을 향해 공격할 물체의 동선을 미리 표시해주는 것이었고 덕분에 식칼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발을 피해냈다. 연이어 수십개의 선이 그어 졌다. 식칼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실선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그녀가 예측 가능한 수준의 속도는 모두 실선으로 표시되었고, 그것이 앞이던, 종이던, 횡이던, 심지어 뒤쪽이던 상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식칼은 각 공격의 속도를 가늠했다. 아무리 다발적으로 퍼부어지는 공격이라도 완벽하게 동시일 수는 없었다. 더 예리하게 느껴지는, 즉 우선적인 공격부터 식칼은 차분히 대응했다. 흘리고 피한다. 그럴 수 없는 것은 막는다. 요란하지 않은 심플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모두 방어한 식칼이 칼을 휘둘렀다. 간발의 차로 공격을 당할 뻔 했던 개조인간이 몸을 굴려 피해냈다.

“맙소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예린이 소리를 토해냈다. 액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식칼을 보며 감탄했다. 개조 인간들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식칼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순수한 폭력의 덩어리. 괴물이라고 해도 좋을 인간이었다. 예린은 자신의 판단을 올바르다 여겼다. 직접 몸을 단련한다고 해도 저런 움직임을 보일 자신이 없었다.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라 여기지만, 저건 인간을 넘어선 영역이었다.

예린은 라이더 자켓이 올라타 있던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라이더 자켓의 어깨를 툭툭 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동을 걸었다. 부아앙! 바이크의 바퀴가 맹렬하게 운동장을 박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싸우고 있는 무리의 주변으로 다가가 일정한 거리에서 빙빙 돌며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보았다.

식칼은 그런 예린과 라이더 자켓을 보았지만 자신을 향해 딱히 공격해 온 것도 아니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영리한 인간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남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죽이는 행위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니었지만 식칼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싸워왔다. 때문에 식칼에게는 적이 준비해둔 전장에서 싸운다는 경험이 최초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예린이 딱히 우세한 고지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예린은 게임에서 상대와 싸워본 경험이 거의 없었고, 식칼 같은 육체적으로 강인한 괴물과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린은 패배를 상상하지 않았다. 자신의 승리를 강하게 머리속에 그려가며 카드를 꺼냈다.

[예린이의 시간카드! 째깍 째깍 카드가 흘러갑니다. 셔플이 시작됩니다. 최초의 드로우 다섯장!]


예린은 식칼과 싸우는 개조 인간들을 보며 자신의 카드를 확인했다. 그중 한장을 빼들고 개조 인간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예린에게서 봄으로, 봄에게서 개조 인간에게로 전해진 명령은 거의 자신의 몸 속 신경 세포가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와 가깝게 이어졌다. 개조 인간들의 공격이 식칼의 한 면으로 집중되었다.

식칼은 정면에서 번갈아 공격해오는 개조 인간들과 공방을 이어갔다. 갑작스럽게 뒤는 포기하고 앞쪽으로 집중된 공격에 식칼에게는 그리 힘들지 않았던 전투가 더 순조로워졌다.

[이긴다, 우리가 이긴다고! 깔깔깔!]

폴리가 미친듯 웃어 제꼈다. 개조 인간은 식칼이 싸워온 상대 중 가장 강했고, 숫자 역시 많았지만 패배를 떠올리게 할 만하지는 않았다. 식칼은 고속으로 주고 받는 공방 속에서도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개조 인간 하나가 다른 개조 인간의 어깨를 밟고 식칼의 몸을 훌쩍 뛰어 넘어 뒤편으로 갔다. 폴리는 카타나 속에서 미친듯이 웃었다. 뒤쪽으로 넘어가 봐야 식칼은 당황하지 않는다. 공격이 시작되면 예측선이 그려질 터였다. 예측선을 뻗어내지 않는 적은 뒤쪽에 있더라도 무시한다. 식칼은 뒤는 무시한 채 여전히 앞쪽의 적만을 상대했다. 칼을 뻗기는 힘든 거리였지만 별 문제없었다. 식칼은 주먹을 쓰며 싸우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주먹이 개조 인간 중 한 명의 턱을 작살 냈다.

예린의 손에서 카드가 던져졌다. 식칼의 뒤쪽으로 넘어갔던 개조 인간의 몸에 그 카드가 닿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 투자!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시간의 활용. 시간을 저축하시면 당신도 승리자!
맞은 대상이 10초 동안 정지한 뒤, 1초 동안 10초 동안 치뤄야했을 일을 바로 실행합니다.]

뒤편 개조 인간의 몸이 공격 자세에서 멈춰졌다.

식칼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예측선을 무시했다. 앞쪽의 것들보다 훨씬 둔탁한 느낌이었고 나중에 대비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주먹을 피하고 카타나의 손잡이로 그것의 팔꿈치를 찍었다. 개조 인간의 팔이 비정상 적으로 꺽였을 때, 뒤쪽에 느껴지던 둔탁한 예측선이 순식간에 예리해졌다.

못 피하겠어!

식칼은 피하는 대신 몸을 공격 받는 방향에 맞춰 집어던졌다. 묵직하게 어깨로 들이밖는 충격이 느껴졌고, 거기에 식칼 자신이 스스로 몸을 던진 힘이 더해져 앞으로 날아갔다. 운동장을 몇 바퀴 구르고 일어나던 식칼은 자신을 향해 공격을 이어가는 개조 인간들이 뿜은 예측선을 느꼈다.

[빌어먹을, 왜 갑자기 빨라졌지?]

식칼은 폴리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식칼도 몰랐으므로. 다만 자신의 자세로 적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만은 알 수 있었다. 식칼은 몸을 웅크려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숨겨두었던 꼬리와 날개를 펼쳤다. 웅크린 몸으로 가해지던 공격을 악마화 하며 강해진 육체가 어떻게든 버텨주었다. 빠르게 날개를 펼쳐 개조 인간들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바닥을 쓸듯 몸을 회전 시켜 꼬리를 휘둘렀다. 가장 가까이 붙어있던 개조 인간 넷이 쓰러졌고 그틈에 식칼은 짧게 날아오른 뒤 뒤쪽에 있던 이름 모를 위인의 동상 위에 올라갔다.

“재밌어.”
[미친년. 킥킥! 이게 재밌냐! 재밌냐고! 씨발, 사실은 나도 재밌다! 깔깔깔!]

작게 헐떡거리며 토해낸 식칼의 말에 폴리가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광소를 내뱉았다. 식칼의 날개가 다시 펄럭이며 하늘에 떠올르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개조 인간 몇이 날카로운 바람을 휘둘렀다. 식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을 예측선에 의지해 피해내며 저공으로 비행했다. 순식간에 가장 앞쪽의 개조 인간에게 도달한 그녀가 카타나를 휘둘렀다. 개조인간의 머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뒤편으로 날아갔고 몸뚱이가 피를 하늘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몸뚱이가 서서히 기울 때 쯤 식칼의 몸이 부드럽게 하늘로 치솟았다.

개조 인간 하나의 죽음에 예린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라이더 자켓은 그런 그녀의 심경은 신경 쓰지 않으며 여전히 바이크를 몰아 전투하는 개조 인간들을 배회했다. 예린의 자책이 이어졌다. 빌어먹을, 악마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날거라는 생각을 못했지, 더 대비했어야 했어! 그러면서 손에 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다음 카드를 준비했다. 다시 아래로 향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식칼을 보며 예린이 카드를 던졌다.

개조 인간의 등에 카드가 닿았다.

[즐거운 시간!
기쁘고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가는 법. 시간의 흐름은 공평치 않습니다!
맞은 대상의 시간이 빨라집니다.]

자신을 향해 카타나를 휘두르는 식칼의 품으로 카드를 맞은 개조 인간이 몸을 틀며 주먹을 뻗으려 했다. 또 다시 갑작스럽게 예리해지는 예측선을 보며 공격하려던 식칼은 그대로 고도를 높였다.

“또 빨라졌어.”
[그러게.]

식칼이 날아오르자 순간적으로 가속했던 개조 인간의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예린의 손에서 카드 한 장이 부스러졌다.

[기적의 시간 관리!
시간을 관리하세요. 시간은 당신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산입니다!
시간 카드 한장이 똑같이 복사됩니다.]

시계 바늘 돌리기 카드를 복사한 예린은 재빨리 두 명의 개조 인간에게 던졌다.

[시계바늘 돌리기!
시간은 마음대로 돌릴 수 없어도 시계 바늘은 마음대로 돌릴 수 있다!
맞은 대상의 위치를 지정하면 1분 뒤 대상이 이동합니다.]

예린은 개조 인간들의 위치를 공중으로 지정했고, 하늘을 날던 식칼과 폴리가 그 모습을 보았다.

“이상한 거 한다.”
[저 년이 수작을 부리는 건가?]

식칼이 예린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라면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라 예상했던 예린은 라이더 자켓의 허리를 꽉 안았다. 라이더 자켓이 바이크의 속도를 높이며 식칼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식칼이 조금씩 바이크를 따라잡아갔다. 거의 도착 했을 때 저공으로 비행하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라이더 자켓의 몸과 함께 바이크가 옆으로 틀렸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낸 바이크가 개조 인간들의 틈으로 향했다.

개조 인간들은 예린과 봄의 콤비내이션으로, 예린의 수족이나 다름없이 움직였다. 바이크가 지나갈 공간은 만들어 주면서 식칼의 경로를 방해했고, 식칼은 바이크를 향한 공격을 개조 인간들에게로 돌렸다.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카타나가 곡식을 수확하듯 개조 인간 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자신의 뒤편에서 튕겨오는 피를 느끼며 예린은 괴로워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봄이에게서 예린의 머리속에 전달되는 타이머의 정보가 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예린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느끼며 눈물 흘리며 이를 악 물었다. 예린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바로 뒤편에 있던 식칼이 미묘하게 웃는 표정으로 쫓아 온 것이 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인지, 식칼에 대한 원망인지 예린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예린은 마음으로 속삭였다. 내 승리야.

육십 초에서 시작했던 타이머가 제로를 가리켰다. 식칼이 거의 예린에게 다다랐을 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예측선에 당황했다. 허공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에 고개를 조금 돌렸다. 하늘에서 개조 인간 둘이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지던 개조 인간 중 앞선 쪽이 식칼의 등을 찍으려 무릎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의외의 공격이었지만 식칼은 느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이 아니었다.

예린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람은 공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식칼이 공중에서 자유 자재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었다. 식칼 조차도 급선회를 하거나 직각으로 꺾는 비행은 무리였다. 공중전을 경험해 보지 못한 개조 인간들에게는 행동의 제약을 받는 위치일 뿐이었다. 예린이라고 그런 것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노린 것은 의외성이었다. 공중에서 없던 사람이 나타나 공격한다면 분명 당황하고 공격을 허용할 것이다-라는 판단 하에 했던 행동이었다.

애석하게도 식칼에게는 예측선이 있었다. 그녀가 인식할 수 있는 속도 내에서는 피할 수 있을지 어느정도 속력으로 날아 올 지를 얼마든지 판단 할 수 있었다. 지면과 수평을 이루던 식칼의 날개가, 그녀의 몸이 틀어지며 수직을 이루었다.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본 개조 인간이 발을 뻗었지만 지면에서 했던 것 보다는 느릿한 공격이었다.

[이겼다, 이겼어!]

폴리가 들떠서 떠들었다. 간만에 피를 끓게 했던 싸움에 그녀는 신이 나 있었다. 식칼도 즐거워 했다. 그녀는 발차기를 시도하는 개조 인간의 허벅지에 카타나를 꽂고 그의 목에 꼬리를 감았다. 그의 몸을 반동삼아 비행 방향을 틀었고 뒤이어 떨어지던 개조 인간의 공격이 빗나갔다. 식칼이 카타나를 적의 허벅지에 꽂은 상태로 발도를 하듯 빠르게 다른 개조 인간에게 휘둘렀다. 공격이 실패한 개조 인간은 식칼이 휘두른 카타나에 팔이 잘려나갔다.

예린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호흡이 가빠졌다. 계속 죽고 있어. 나 때문에 계속 사람이 죽고 있어. 수 많은 생각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아빠 생각이 떠올랐다. 죽으라고 말한 날, 죽어버린 아빠. 슬퍼하던 엄마. 아빠의 죽음을 마음껏 장사 수단으로 이용했던 할아버지 이현욱.

현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태를 지키기 위해 죽였던 클레스 메이트.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이야기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죽였으니까. 공중에서 유리 조각을 집어 그의 목을 찔렀던 때가 떠올랐다. 피가 솟아 올라 자신의 얼굴을 뜨겁게 적셨던 순간이 방금 전 일처럼 떠올랐다.

“안돼, 안돼, 사람들이 자꾸 죽어!”

히스테릭하게 소리 지르며 예린은 눈물을 흘렸다.

“이봐, 정신차려.”


라이더 자켓이 바이크를 몰며 냉정한 어조로 말했지만 예린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겁에 질린 그녀가 라이더 자켓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몸을 벌벌 떨었다.

우리가 졌군.

라이더 자켓이 생각했다. 성태로 인해 다시 태어난 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전혀 없었다. 그저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되어 실험 당하거나 싸울 뿐이었다. 그런데도 패배는 씁쓸했다. 라이더 자켓은 성태에게 받았던 명령을 떠올렸다.

예린을 반듯이 보호해라.

라이더 자켓은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예린의 손을 억지로 풀어냈다. 꽉 잡은 손이 버티려했지만 육체적으로는 인간적인 그녀가 라이더 자켓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손을 풀어내고 라이더 자켓은 바이크의 시트를 밟고 올라선 뒤 용수철 처럼 몸을 뻗어 하늘로 튀어 올랐다.

식칼은 뛰어오르는 라이더 자켓을 보며 몸을 백팔십도 돌렸다. 바닥을 향하던 몸이 하늘을 향했고, 허공에 떠 있던 라이더 자켓과 눈이 마주쳤다. 식칼은 즐거웠다. 라이더 자켓의 목을 향해 카타나를 휘둘렀다. 라이더 자켓은 죽음을 직감했다. 공포는 없었다. 오로지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격을 허용하면서 식칼의 몸에 올라타는데 집중했다.

라이더 자켓의 목이 잘려나갔고 그의 몸이 식칼 위를 덮쳤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식칼은 라이더 자켓의 몸뚱아리의 동선을 예측하며 가볍게 몸을 틀어 피했다. 라이더 자켓을 걸친 고기덩어리가 운동장을 굴렀고, 식칼의 몸이 비행을 멈추며 바닥을 뛰다가 예린 앞에 멈췄다.

주인 잃은 바이크가 넘어지며 함께 바닥을 구른 예린은 운동장에 쓰러져 죽은 라이더 자켓의 몸을 바라보았다.

“또 죽었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게 뭐 별거라고.]

폴리가 중얼거렸다. 식칼은 울고 있는 예린을 보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죽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자신이 죽게 될 거라는 사실 때문에 우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카타나를 들었다. 어쨌건 목을 베면 될 것이다. 식칼이 보기에 예린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잠깐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몇 남은 개조 인간들이 보였다.

“내가 더 빨라.”

예린을 죽이고 남은 것들을 상대한다. 그리고 성태의 노예가 된다. 식칼은 만족했다.

“재밌었어.”

짧은 감상을 남기며 식칼이 휘두른 카타나가 예린의 목을 향했다.

***

작가의 말

이번편은 싸우기만 하네용
내일 일찍 일어나 얼른 다음 편을 쓰겠습니당

소설 내용 관련으로 쪽지가 왔던데, 좀 생각을 정리하면서 써야될 듯해서...
다음편 작가의 말에 쓸게요. 지금은 정신 상태가 좀 메롱이네요

얼른 자야할 듯...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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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이 [20세](대전)
안뇽뇽뇽~~ 난 귀요미야~ 우리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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