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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 3부10장
16-02-11 14:25 6,223회 0건



156. 우리들의 첫학기




[1]
나는 주말을 한수정과 함께 부산에서 보내고 일요일 밤차로 서울로 왔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늘 그랬듯이 윤기숙과 함께 학교로 갔다. 한수정은 우리 학교 점심 시간에 맞추어서 학교 식당으로 온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는 윤기숙과 같은 학년이므로 그녀와 함께 학교에 다닌다. 또 오하영, 한철수와도 같은 학년이기는 한데, 한철수는 군에 입대했다. 오하영은 한철수와는 깨진 눈치이다. 나는 주영심에게 전화를 해서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점심 시간에 학교 식당에서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주영심은 한수정과 끌어안고 반가워했다. 주영심은 한수정의 사고에 대한 소식을 윤기숙으로부터 들었다면서 다행이라면서 한수정을 위로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나는 회사로 들어가야 했다. 한수정이 나에게 말했다.



"나 저녁에 좀 늦을거야."
"어디 갈거니?"

"교수님도 만나고, 여학생들 수다 모임에도 나가야지."



나는 주차장 입구에서 한수정에게 키스하고 헤어졌다.







[2]
나는 그날 밤 늦게 과외 수업이 끝나고 윤기숙의 오피스텔로 올라갔다. 한수정과 윤기숙 둘이 와인을 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다. 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도 모른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한수정의 옆자리로 앉았다. 한수정이 깜짝 놀란다.




"귀신 도깨비도 아니고, 소리없이 어떻게 들어왔대?"
"언니. 기억 안나요? 여기가 먼저 오빠가 살던데야. 입구 문에 비밀 번호를 안바꾸고 그냥 쓰고 있거든."

"뭐야? 그럼 너 잘 때 태현이가 막 들어오고 그러면 어쩌려고?"
"제발 와달라고 해도 안오거든요? 하하."

"이상하네. 기숙이 정도면 안그럴 리가 없는데? 왜지?"
"과외가 늦게 끝나잖아. 그거 끝나고 나면, 오빠는 완전 시체야."

"신기하네. 아침에 일찍 나가서 그러나? 그래도 이 남자 조심해야 해. 완전 늑대야 늑대. 콘돔도 절대 안하려고 하고. 위험하다니까?"





윤기숙의 입에서 웃음이 나오는 바람에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수정이 나와 윤기숙을 이미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콘돔 이야기는 왜 하는 것일까? 설마 최은희와의 관계도 알아차렸을까? 여자의 촉은 남자의 촉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윤기숙과 일찍 헤어져서 내 텔로 내려왔다. 그래도 새벽 한시이다. 나는 씻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웠는데, 윤기숙이 말한 그대로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지만 한수정이 나를 안으려고 하면서, 내 입에 젖가슴을 물리려고 한 것, 또 그녀가 내 잠옷 속으로 손을 넣고 페니스를 조물락거린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한수정이 벌써 일어나서 나가고 없다. 내가 침실을 나서는데, 한수정은 주방에 있고, 벌써 나에게 커피를 내주며 걱정스럽게 묻는다.



"자기야. 그렇게 피곤해?"
"아직은 버텨지는데? 왜 그러는데?"

"섹스리스로 이제 지금 벌써 며칠째야?"
"아항. 그게 불만이셨구나. 하하."

"이게 웃을 일이 아니지. 내가 꼭 원한다는 말이 아니고, 도대체 일이 얼마나 힘들면 그러느냐고."

"일도 힘들지만, 사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가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

"어머머. 얘가 김태현 맞아? 그 지독하던 자기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니까. 이제 지구인으로 전환하는 중이야?"

“놀리냐?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지금 나 적응이 안돼. 나에게 시간이 필요해. 하하.”




나는 준비해서 윤기숙과 함께 학교로 출발했다.

나는 한수정에게 거짓말을 했다.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요즈음은 강행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내가 잠자리를 피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최은희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말은 나에게 충격이었고, 그 말을 듣고 난 후에는 내 몸이 아무리 준비 상태를 갖추고 있어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말의 뜻은 하면 되겠지만,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3]
윤기숙과 한수정은 저녁에 별 일이 없을 때에는 과외 수업에 덤벼든다. 지혜는 한수정이랑 같이 공부하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한수정은 특히 지혜에게 영어 지문에 나오는 내용을 많이 이야기해준다. 윤기숙은 경식이나 조해수에게 과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수학 문제는 나랑 같이한다.


하루는 공부하다가 한수정이 해수와 지혜에게 물었다.



"요새 학교에서 공부 잘 안하고 어수선 하지?"
"맞아요. 샘들은 생활기록부 정리한다면서 거의 자습해요."

"이제 생활기록부 끝나면 수시 원서 쓴다고 또 한참 북적거려. 자기 소개서를 쓰고, 고치고, 찢고 다시 쓰고, 뭐 이렇게 하다 보면 한 달이 또 금방 가거든. 그러니까 지금 잘 하면 해수는 또 등급을 올릴 수 있거든요."

"예. 오빠한테 그 말 들어서, 지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도 오빠랑 똑같은 말을 하네요."

"그래? 나는 오늘 아침에 인터넷에 누가 글 올려서 그거 보고 알았어. 너네들 자기소개서는 우리가 다 써줄테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 알았지?"

"고마워요. 어차피 우리는 정시파라서 수시는 신경도 안 쓸 생각이거든요."

"그건 안 그래. 기회라는 것이 아무리 지랄맞아도, 그것이 기회로 주어졌으면, 한번 두들겨볼 필요는 있거든요."





[4]
얘네들 셋이 모두 한수정과 윤기숙을 잘 믿고 따라서인지, 그녀들은 얘네들을 끔찍이 생각하고 챙겨준다.

평가원에서 실시하는 6월 모의고사 시험을 볼 때이다. 나는 하루 전날 마지막 정리를 시키려고 했더니, 한수정은 반대한다.



"이제 시험은 내공의 파워로 해결해야죠. 그 시험은 내신 시험이 아니거든. 오늘 하루 하고 안하고 차이가 없어. 오늘 괜히 어설프게 하면 내일 더 헷갈려요. 그 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 저녁에는 차라리 공부를 접고 재미있게 놀자. 우리 영화나 볼까?"

"와앙. 언니 정말요?"

"그런데 시간이 늦었으니까 극장에 가는 것은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비디오로 보자. 알았지?"

"오빠. 우리 진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죠?"



과외 수업 때문에 야간 자율학습까지 빼고 온 애들이지만, 한수정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정은 지혜와 같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애들이 보고 싶어하는 테이프를 빌려오고, 윤기숙은 과일을 깎는다. 경식이는 아이린에게 전화해서 놀러 오라고 했다. 지혜는 한 술 더 떠서 와인 딱 한잔만 달라고 한수정에게 애교를 부렸고, 한수정이 지혜의 말을 거절할 리가 없다.

밤 10시가 되자 한수정은 오늘의 수업이 아닌 수업을 끝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해. 푹 자요. 재미있게 잘 놀았으니까, 이제부터는 잠이 가장 좋은 휴식이거든."

"언니. 진짜 고마워요."

"내가 오빠랑 같이 11시 쯤에 한 바퀴 돌면서 볼거야. 만일 폰질하다가 내 눈에 걸리면 그 폰 다 압수한다. 알았지? 진짜 꼭 일찍 자란 말이야. 휴대폰은 충전기에 꼽아놓고."

"누나. 자고 싶어도 잠 안오면 어떡해요?"

"나한테 전화하세요. 오늘 하루만 수면제 줄께 머고 자면 돼요."

"예에?"

"수면제라고 해도, 신경안정제거든. 하루는 전혀 해롭지 않다고. 걱정하지 마."


아이린이 애들을 데리고 나갔다. 나는 한수정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이냐?"

"자기한테는 미안한데, 6월 모의고사는 평가원에서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수능 볼 때 처럼, 알면 풀고, 모르면 다음 문제를 위해서 패쓰하는 것도 중요해. 점수도 좋지만, 시간 관리도 중요하거든요."


윤기숙도 한수정의 편을 들었다. 한수정은 자기가 한 말을 카톡에 적어서 지혜와 해수에게 보내주었다.

밤 11시가 되자 운기숙은 자러 올라가고, 나와 한수정은 약속대로 애들이 자고 있는 것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경식이와 해수는 자고 있는데, 지혜 혼자만 누운 채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우리를 보고있다.




“왜 안자?”
“언니 보고 자려고 기다렸어요. 헤헤.”

“아오. 요 깜찍한 것.”



그런데 지혜가 내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한다. 한수정이 이 광경을 보고 두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지혜. 너 지금 ..”

“하아. .. 미안. 미안요. 언니 손인줄 알고 .. 미안해요. 언니 손 주세요.”




한수정이 손을 내밀자, 지혜은 한수정의 손등과 손바닥에 키스한다. 나는 지혜의 손을 잡고 내 뺨에 댔다가 지혜의 손등에 키스했다.



“좋은 꿈 꾸고. .. 잘 자.”
“좋은 꿈 꾸려면 언니 꿈을 꿔야겠다. 하하.”



이 말을 하는 지혜의 얼굴은 내 꿈을 꾸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일까?



나와 한수정은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한수정이 내게 말했다.




"고거 .. 완전 요물이란 말이야."
"지혜?"

"자기 손이 내 손인줄 알았다고? 참나. .."
"어린 것이 얼마나 겁나고 불안했으면 그랬겠니?"

"누가 뭐래? 아무튼 앙큼하다고."



나는 한수정을 안으려고 했다. 그러자 한수정은 홱 돌아누워버린다.




"뭐라고? 내 꿈을 꾸겠다고? 자기 꿈을 꿔놓고, 그게 내 꿈인즐 알았다고 할거면서 말이야 ..."
"수정아. 네 마음은 언니 마음이이니까, 네 마음이 넓어야지."

"그럼. 내 마음이 좁다는 거야? 아까 한바탕 퍼부었어야 했나?"
"어린 애가 한 것을 갖고 그러지 마."

"내가 뻔히 보는 데에서 그러면, 나 안볼 때는 어떻다는 얘기야?"




나는 한수정의 얼굴을 잡고 내게로 돌리게 해서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그제서야 한수정도 내게 돌아누우며 내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만의 밤이 시작되었다. 그날 밤은 섹스리스가 아니라 오로지 섹스였다.


다음날 아침에 나와 한수정은 애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맞추어서 도로로 내려갔다. 아이린도 나와서 애들을 차에 태우고 가려고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지혜와 해수가 먼저 나온다. 한수정이 양손에 지혜와 해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떨리는구나?"
"맞아요. 수능 모의고사라고 하니까 은근 떨려요."

"기죽으면 안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금니를 꼭 깨물어. 전보다 좋은 점수를 맞겠다는 생각부터 하면 절대로 안돼. 지혜나 해수가 지금까지 공부를 열심히 했단 말이야? 그럼 알고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있으니까, 문제를 생각하면서 잘 읽어봐요. 아는 문제를 찾아서 정확하게 푸는 거야. 알았지?"

"예. 언니. 고마워요."



경식이도 나왔다.



"와아. 누나들 진짜 딱하다."
"너도 이제 겨울 일년 남았거든요."


"얘들아. 오늘 저녁에도 피자 먹고, 영화보고 놀자. 화이팅!"
"누나. 화이팅!"
"언니. 화이팅! 사랑해요!"




윤기숙과 한수정은 지혜와 해수를 안고 뺨에 키스를 한 뒤에 차에 태웠다. 아이린은 내 옆에 서서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린의 눈이 젖는 것 같다. 그녀는 차에 타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 애들 태워다 주고, 바로 출근할게요."



드디어 차가 출발했다. 우리 세 명은 멀어져 가는 차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5]
그날은 매장 관리하는 문제 때문에 나는 저녁에 한상무와 구전무를 만나야 했다. 이 일 때문에 오후에 한수정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정이는 애들이 일찍 오니까, 기다렸다가 애들을 모두 데리고 극장에 갈 생각이란다.




"그래. 수정이 생각이 맞네. 오늘 시험 얘기는 내일 공부할 때 하자."




지금 우리는 매장의 수를 줄이는 일로 골치를 싸매는 중이다. 그러니까 동네 슈퍼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 갑자기 언론에서 대형 매장들 때문에 재래시장이 죽어나간다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와 맞물린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지금 자칫 잘못 하면 우리가 지금껏 이미지 마케팅을 한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 보도 내용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
"사움님. 그걸 누가 알아줍니까? 당하는 우리만 답답하고 억울하지요."

"언론이야 조금 지나면 조용해질테니까, 몇달 늦출까요?"

"이번에는 인근에 우리 직영 매장을 따로 마련하고, 그 슈퍼의 점주를 매니저로 고용하면 어떨까요?"

"그 사람들과는 대화가 잘 안 통해요. 반발이 엄청 심할텐데요."

"일단 성공적인 사례를 미리 만들어서 언론에 보도 자료를 내주고, 그걸로 계속해서 설득하는 것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그렇지."

"또 한가지는, 주차장이나 입구에 임시 판매대를 설치하면 어떨까요? 그 지역에 있는 상인들에게 순서를 정해서 하루씩 판매하도록 무료로 빌려주는 것도 생각해보면 안되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쪽에서 매출에 영향이 가는 것은 어떻게 하죠?"

"당분간은 참아야죠. 만일 언론이 이런 사실들을 보도해준다면, 그런 보도들 때문에 상황은 달라질 지도 모르겠어요."





다행스럽게도 구전무와 한상무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한 후에 같이 추진해보기로 쾌히 승낙했다.




"좋습니다. 해봅시다."
"회장님은 역시 회장님이라니까. 하하."

"이제 제발 회장실을 나가게 해주십시오."
"아직은 때가 아니라니까요."



우리는 또 지역 사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우리 상표로 생산되는 음료수를 모료로 제공하면서 후원하는 일도 찾아보기로 했다. 주민센터와 협력해서 독거노인에게 음식이나 야채를 무료로 지원하는 방법도 연구하기로 했다.






[6]
다음날 저녁에 경식이는 어제 치른 시험 점수가 보통 때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반이나 다른 반의 시험 분위기가 갈수록 나빠진다고 한다. 양극화 현상이 너무 두렷하다는 것이다. 찍고 자는 그룹과 문제 풀기에 열심인 그룹. 그 그룹의 멤버도 거의 일정하다고 한다. 해수와 지혜도 맞장구를 친다.



"걔네들 고3 돼도 그래. 똑같아."

"자는 애들은 점수에는 관심 없어. 오로지 야자 없이 일찍 끝나고 놀러 간다는 그것 하나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자리에 아이린도 같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린도 이런 말을 다 알아듣는다.


"그럼 우리 경식이는 시간이 모자라는 거 맞지?"

"나도 찍는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무조건 찍지는 않죠. '이거 아니면 저거'까지 생각하다가 결정을 못할 때 찍는 거지."



지혜나 해수는 국어와 영어 시험에 대한 성토대회를 한다.



"국어 시험을 치면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외국인 같아."
"맞아. 해수 너처럼 나도 그 생각 했어. 우리 말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냐?"


그런데 한수정은 그런 공부를 겨우 몇 달 했다고 해서 효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면서 애들을 다독거린다. 수학이나 과학에서는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





[7]
며칠 후에 윤기숙은 인터넷에 난 기사를 휴대폰으로 나에게 보여주었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항의를 한다는 것이다.



"시험을 이렇게 내면, 우리가 수업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야?"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도 이 소식을 듣고 수능시험을 제발 쉽게 내서 상위권 학생들을 대폭 늘여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은 보나마나 물수능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만일 문제가 쉽게 출제되어서 상위권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지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날씨는 더워지고 몸은 늘어진다. 학교에서는 전기요금을 절약하는지, 에너지를 절약하는지 에어컨을 한낮에만 잠시 켜준다고 했다. 이 말에 화가 난 아이린은 학교에 운영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니. 이 더운 여름에 쓸데없이 잔디밭 공사는 왜 해요? 교실에서는 40명 학생들이 겉은 익어가고, 속은 타들어요. 제가 나서서, 학부모들에게서 따로 돈을 모아서 전기요금을 내줄테니까 제발 찜통교실을 만들지 말아달라고요. 애들이 교육청이랑 교육부 홈페에지 게시판에 에어컨에 대한 글을 올리겠대요. 우리 지혜는 그런데 말고 청와대로 올리겠다는데요."



이 사건 이후에 에어컨 문제는 당장 해결되었다고 한다. 아이린이 돈 걷으라 다닐 필요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한수정은 6월 말에 캐나다로 돌아가야 했다. 졸업이 7월이므로, 별 일이 없으면 그녀는 7월 말에 완전 귀국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정이 가고 나서 나는 기말 시험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쁘게 보냈다. 2주일 동안 회사에는 거의 나갈 수가 없었다.





[8]
우리는 이런 일들을 주기적으로 계속한다. 그런데 우리는 상품유통을 하는 기업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업들 때문에 우리의 매출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온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매장 입구에서 동네 상인 한 분이 오셔서 우리보다 어묵을 싸게 팔으시면, 우리 진열대에 있는 어묵은 재고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꾹 참고 계속한다. 초조해하는 우리의 속은 타들어간다.

그런데 우리가 일하는 사업들을 언론에서 자주 보도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우리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수가 늘어난다. 또 증권시장에서는 우리 주식도 상향세를 탄다. 나중에는 한상무와 구전무로부터 매장을 정리하는 일도 수월해진다는 말이 들린다.

우리는 언론에 돈을 들여가면서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이런 사업들을 통하여 언론에 자주 보도가 된다. 돈이 들어가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과는 똑같지 않을까? 그리고도 우리는 우리 기업의 이미지 홍보라는 측면에서 더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러려니까 우리는 언론사에서 나오는 기자들에게 잘 해주려고 노력한다. 바로 이 기자들의 손이 쓰는 기사에 우리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뇌물을 주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인터뷰가 끝나면 국밥집에 가서 국밥 한 그릇 사주는 것이 전부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주주총회에서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우리 회사 주식의 실제 거래 가격이 300% 로 오르기만 하면 나는 회장직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상무나 구전무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송실장의 말에 의하면 어제까지는 180% 까지 올라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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