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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2부 - 단편10장
16-03-29 09:31 4,208회 0건



10. 우리 둘의 뒤풀이




[1]
하은주의 아파트 단지에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내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열대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더운 밤이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하은주는 서둘러서 문을 열고,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았다. 하은주가 웃으며 TV 옆에 있다고 가리킨다. 나는 에어컨부터 켜고 나서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주방으로 가더니, 그녀가 얼음물을 가져온다.



"자기 안 피곤해?"
"괜찮아. 오늘 하루 푹 쉬었어. 누나가 피곤할 것 같은데?"

"나도 늦게 나갔다가 일찍 와서 괜찮아. 그럼 오늘 우리 둘만 뒤풀이를 미리 하는거다."
"무슨 뒤풀이?"

"우리 둘 다 끝냈잖아. 나는 드라마, 자기는 오디션."
"알았어."

"기다려. 씻고 올게."



그녀는 욕실로 갔다.

나는 TV를 켜고, 드라마를 찾았다. 이제부터 나도 드라마와 상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드라마를 보려고 채널을 한참 돌렸다. 젊은 사람들이 등장 인물로 나오는 드라마 하나를 찾아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내용이 황당하게 전개되면서 나에게는 자꾸 현실감이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부터 보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역시 드라마라는 영역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일까?



한참 있으니까 하은주가 욕실에서 나왔다. 나도 TV를 꺼버리고 욕실에 가서 양치를 하고 나왔다. 주방으로 가니까, 그녀는 끈나시 원피스로 갈아입고 안주를 만들고 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그녀의 몸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를 즐기고 있었다.



"야아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어? 아니야. 보긴 뭘 봐?"

"하하. 거짓말 하지 말고, 봤으면 그냥 봤다고 그래. 내가 뭐라고 하냐?"
"그래. 봤어. 누나 옷이 참 .. 그렇다."

"더운데 어쩌라고?"
"누가 뭐랬어? 보기 좋다고."



꼭 더워서만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그냥 패스한다. 나는 그녀가 내놓은 와인과 안주를 소파에 있는 작은 테이블로 날랐다. 그녀가 잔을 들고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이제 집안이 시원해졌다.




"그 바지 불편하지? 반바지로 갈아입을래?"
"나한테 맞는 것이 있겠어?"

"글쎄. .. 엄청 큰 몸뻬바지 있는데, 줄까?"




그녀는 옷방으로 가더니 알록달록한 반바지를 손에 들고 나왔다. 양손으로 반바지의 위를 잡고 양 옆으로 당기면서 펼치는데, 허리가 늘어나면서 진짜 크다.




"이 정도면 어떨 것 같아? 자기 두개는 들어가겠다. 하하."
"와아아. 진짜 크다. 그거면 충분하지."




그 반바지를 받아서 들고 욕실로 가는데, 그녀가 내 등 뒤에서 한마디 한다.




"그냥 여기서 갈아입어도 되겠구만. 내가 쳐다볼까봐 그래?"
"누나도 방에서 갈아입어놓고 .."

"나야 여자니까 그렇지."
"나도 남자거든."

"누가 아니래?"




내가 욕실에서 바지를 갈아입고 나오니까, 하은주가 나를 보고 웃으며 손뼉을 친다.





"하하. 자기 여장해도 예쁘겠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는데? 그렇게 안해도 예쁘다는 소리 듣거든요."




나는 그녀의 옆으로 앉았다. 그녀가 내게 딱 달라붙는다. 우리의 드러난 팔과 드러난 다리가 마주 닿았다. 나는 와인을 잔에 따랐다.




"건배. 자기 고생 많았지?"
"건배. 누나도 엄청 고생했지?"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내게 짜증스럽게 묻는다.




"자기는 왜 그런 일들을 자꾸 벌여서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냐?"
"오디션? 그거 지난 번에 누나가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준 것인데? 이제 내가 기획사를 해야하고, 그게 내 사업인데 어떡해?"

"그래도 조용히 해치울 수도 있는데, 유별나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래도 자기네는 공개적으로 하니까, 엄청 깨끗하고 공정하게 잘한 것 같아. 짜고 친다는 말은 안 나오겠어. 그거 다 자기 아이디어야?"

"그걸 어떻게 나 혼자 해? 임선호씨 부부랑 같이 했지. 나중에 뒷말이 나오면, 그게 여러 군데로 피해가 오니까, 조심하느라고 .."





하은주는 또 와인을 들이킨다. 내가 치즈 조각을 그녀의 입에 넣어주니까, 그녀는 냉큼 받아서 씹는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 그런데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 그녀에게 아직도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잘 한건 잘 한거고. .. 내가 왜 이러는지 자기도 생각 좀 해봐. 나야 방송사에서 월급 받고 드라마 하니까, 한두 번은 실패해도, 그 다음에 만회할 기회가 또 생기거든. 자기는 사업이라서, 한번 실패하면, 정말 손해가 막심하잖아. 아차 하면 못 일어날 수도 있을텐데. 너무 크게 하니까 보기에 위험해 보여. 참가비도 안받고, 의상도 무료로 내주고. 그거 다 돈 아니면 뭐야? 하는 것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

"왜 그러는데? 그렇게 해서 우리 홍보도 하잖아. 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해보니까 오디션만 하는 데에는 돈 그렇게 많이 안 들었거든. 성공하는 것은 누나한테도 골치거리 아니야? 누나나 나나 마찬가지야. 사람 사는 일에 연습이라는 것이 뭐 있어? 단판에 끝장 내야지. 내가 성공 때문에 누나 앞에서 몸부림을 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하여간에 자기가 일 벌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내가 팍팍 늙는다니까. 그게 몸부림 정도니? 자기는 내 감성을 자극해서, 바빠 죽겠는데도, 안갈 수 없게 만들고 말이야. 진짜 미워 죽겠다니까."

"누나를 부른 것은 내가 엄청 미안해. "
"그건 그렇지. 그게 일이건, 사업이건, 사랑도 그렇고 .."

"내가 지금 골치 아픈 것은 내가 실패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친다는 거야. 나야 지금 무엇을 하든지, 거기서 성공이라는 성과를 끄집어 내야 한단 말이야. 성공이 남의 떡이라서, 나도 해보고 싶은 욕심으로 이러는 것이 아니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하고 싶어서 하는 성공도 아니고, .."

"그런 부담은 누구나 마찬가지야. 100미터 달리기 할때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갖는 그 부담감이 얼마나 크겠어? 마라톤 하는 사람들한테는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는 사실 말고도, 끝까지 달려야 한다는 부담은 또 어떨까? 그래도, 이런 것 저런 것 따져보면 자기 나이에 그런 일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해내는 것 보면, 참 .."

"그거 분명 칭찬이지? 누나가 나를 칭찬하니까 기분은 엄청 좋은데? 하하. 누나처럼 착한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런 일을 나 혼자 어떻게 하겠어?"

"음. .. 맞아. 내가 쫌 착하기는 해. 하하."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나이에 맞는 드라마가 따로 있다면서, 모든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드라마는 없다는 말을 했다. 아마도 아까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던 것이 신기하게 보였나보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자기 드라마 보는 것 같던데. 웬일이야?"
"워낙 안 봐서, 한번 보려고 마음 먹고 봤는데, 잘 안되네. 그런데 우리 드라마 제목은 뭐지?"

"그건 묻지 마. 시사회 전까지는 비공개야. 그런데 아까 보니까 자기 드라마 보는 것 같던데. 웬일이야?"
"워낙 안 봐서, 한번 보려고 마음 먹고 보기는 했는데, 그게 잘 안되네. .."





그녀는 와인을 마시고, 나는 그녀의 입에 사과 조각을 넣어주었다. 그녀가 사과를 씹을때, 그녀의 예쁘장한 빨간 입술이 천천히 오물거린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내 마음이 점점 더 요란하게 울렁거린다.




"자기 또 그런다. 아까도 그러더만.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내 얼굴 뭐 볼게 있다고. .."
"볼 사람이 누나 말고 또 누가 있어? 내가 보는 것이 그렇게 싫어서 그래?"

"누가 싫댔니? 시선을 처리를 못하니까 그러지. 적응이 안 되잖아. 나, 그렇게 넋을 잃고 볼 정도로 미인 아니거든."
"어쨌든 내 눈에는 예쁜 것 맞거든."

"뻥치지 마. 나한테 그렇게까지 작업 안 걸어도 되잖아? 아. 맞다. 자기는 나한테 계속 누나라고 불렀는데, 아직 키스를 한 번도 안 했네. 미안."
"키스 하자고 쳐다본 것 아닌데?"

"아니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의 얼굴이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녀의 두 눈이 감기고, 그녀의 숨이 멎는다. 나는 내 입술을 그녀의 빨간 입술에 대고 가볍게 몇 번을 살짝 눌러본다.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간간이 그녀가 내쉬는 숨결도, 그녀의 입술도 향긋하다.

나는 그녀의 어깨와 팔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피부가 촉촉하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서 내 어깨를 잡는다. 나는 말랑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혀 끝으로 핥으면서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도 움직이며 내 입술을 빨아 당긴다. 그녀의 무릎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고, 그녀의 몸이 꼬인다. 우리의 혀가 오고가고,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그녀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신음소리를 낸다.




"하암. .. 아암. .. 하아아. .."




내 손은 나도 모르게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다. 그녀는 허벅지의 안쪽을 닫으며 내 손을 가둔다. 그녀의 손이 내 손목을 잡는다. 나는 그래도 그 손을 치우지 않았다. 하은주가 내게서 입을 떼어냈다. 그녀의 젖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면서 가쁜 숨을 내쉰다.




"하아. .. 자기야."
"어?"

"전에도 느낀건데, .. 너, 완전 슈가입술이라니까. 키스는 완전 끝내주게 잘 한단 말이야. 키스만 해도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아."
"키스는 누나도 진짜 잘하거든."

"아까 너 왜 나보고 예쁘다고 뻥쳤어?"
"뻥이 아니고, 진짜라니까."

"너네 회사에 예쁜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여자 볼 줄을 몰라서 그래? 나보고 얘쁘다고 하면 말이 되니? 나는 얼굴도 조금 더 길어야 하고, 골반도 좁고 .."

"생긴거는 아무려면 어때? 그건 누나 사정이고. 나한테 누나는 예쁜 여자라고. 진심이야."
"하아. .. 너 진짜. .."




나는 하은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 말을 했다. 왜 하은주는 내가 작업 건다고 생각할까? 내 눈에 어떤 여자가 예쁘게 보이면, 물론 외모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녀가 하는 말, 그녀의 움직임,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외모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외모가 어필하지만, 갈수록 식상해진다.

나는 그녀의 뺨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이 내 손등에 포개지고,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꺾는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그녀의 뺨으로 누르려고 한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에 갇혀 있던 손을 빼내서 그녀의 젖가슴 위로 얹었다. 그녀의 몸이 또 움찔한다. 그런데 그 때 나는 나 혼자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하아. .. 어떡해. .. 하아아. .."




나는 자신을 갖고 하은주의 젖가슴을 움켜쥔다. 내 손으로 그녀의 뭉클함이 전해오지만, 나는 전율을 느끼는 대신에 후회했다.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해서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하은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녀는 나에게 엄청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앞으로 하은주와 같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내는 지금 너무 경솔한 것 같다. 나중에 이런 일로 우리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망설이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돌직구로 가버리는 것에 나는 너무 익숙해져 있나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내 혀는 그녀의 턱을 지나서 목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녀가 몸을 꼰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하아. .. 하아. .. 미치겠다. .. 하아아. .."



그녀의 원피스 어깨끈 하나는 이미 그녀의 팔로 흘러 내린다. 그녀의 한 쪽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나시 원피스가 앞으로 열리면서 그녀의 젖가슴이 거의 다 드러난다.

나는 볼록하게 솟은 그녀의 젖무덤의 모양을 따라서 혀 끝으로 핥았다. 그녀는 한 팔로 내 머리를 감고 당기면서 몸을 움찔거린다. 내 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내 머리를 감은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의 몸이 뒤틀리며 젖가슴을 내 쪽으로 밀어붙인다. 나는 그쪽 젖무덤이 드러나도록 옷을 내렸다. 내 혀는 유륜을 따라 돌다가 그녀의 젖꼭지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그녀가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내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그녀의 몸이 꼬인다.



"하아. .. 하아아. .."



그녀의 다른 쪽 어깨를 지나가는 가느다란 끈도 아래로 당겼다. 그녀의 원피스는 이제 완전히 그녀의 젖가슴 아래로 미끄러 내려갔다. 그러는 바람에 그녀의 양쪽 젖가슴이 훤히 드러나버렸다.

뽀얀 젖무덤을 그대로 보고 싶지만, 그녀가 또 가릴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한 손으로 움켜쥐고, 반대쪽 젖가슴을 입으로 물고 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가 가리는 것이 아니고, 그녀의 입이 내 귀로 왔다.



"하아. .. 좋아. .. 미치겠어. 자기는 어때? 자기도 좋아?"
"누나보다 내가 더 좋아."

"하아. .. 이번에도 가슴만 빨다가 도망칠거니?"
"아. 그 날.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너는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어땠을 것 같아?"
"아마도 .. 나를 욕했겠지."

"그래. 맞아. 그것도 아주 엄청 많이. 잠자는 사자가 코털을 뽑혔다고 해야 하나? 하하."
"누나가 사자라고? 이렇게 예쁜 사자가 있나?"

"아오오. 너무 오글거리잖아. 오늘도 그럴거면, 아예 시작을 말자."
"그럼 누나도 하고 싶어?"

"그걸 대놓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해? 지금 여기에 자기 말고 다른 남자 또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해버린다. 나는 그녀의 허리로 두 팔을 두르고 그녀를 당겨 안았다.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그녀를 안은 채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그녀는 두 팔로 몸을 받치고, 그녀의 몸이 비스듬하게 있다. 그녀의 놀란 듯한 얼굴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은주가 거칠게 숨을 쉬면서, 그녀의 젖가슴이 내 눈 앞에서 흔들린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깜짝 놀랐잖아. "
"어? 쫌 어지럽네."

"왜? 어디 아프니? 빈혈 있어?"
"아니야. 그런 것 아니니까, 걱정마."



나도 두 팔을 뒤로하여 짚고 윗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하은주는 비켜주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다. 이제 내가 하은주의 몸을 받친 것처럼 하고 있다. 그녀는 두 팔로 내 목을 감는다.



"자기야."
"어?"

"그 날 왜 도망쳤어?"
"왜?"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 아니라고 말 했지?"

"그럼 우리 이래도 되는거지?"
"왜 또 꼬치꼬치 물어보고 그래?"

"내가 이 나이에 자기한테 이러니까, 내가 쫌. .."

"누나. 침대로 갈래?"
"진짜?"



하은주가 벌떡 일어선다. 우리는 그녀의 침대로 갔다. 나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는 두 손으로 가려야 할 곳을 가린채로 서 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서둘러 내 옷도 벗었다.

사람의 마음이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내 보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내보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나나 하은주는 똑같이 불확실해하고 두려워하면서 의심을 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망설이기만 했다. 이제 우리는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을 벗었다. 그래서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우리 마음까지 서로에게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로 올라갔다.





[2]
우리는 침대에서 몸부림치며 뒤엉켰다. 선택과 결정을 하기 전에 있었던 고민과 갈등, 그리고 나중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녀의 몸을 뜨겁게 했고, 뜨거워진 그녀의 몸으로 내 몸도 뜨거워졌다. 우리는 열병을 앓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지금까지 하은주가 차갑고 단단한 여자인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내 오해였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나보다 훨씬 더 뜨겁다. 그녀의 몸부림은 나를 끝없이 달군다.

뜨거워진 그녀의 몸이 활짝 열렸다. 내 몸은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녀의 몸은 내 몸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나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내 몸을 받아들이겠다고 원하고 재촉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이제 하나로 단단히 연결되었다.

그렇지만 내 몸이 그녀의 몸 안에서는 낯선 침입자로 인정받는다. 그녀는 밀어내려고도 하고, 빨아당기려고도 한다. 또 여기저기를 조여오기도 한다. 우리의 몸부림은 계속된다. 그런데 그녀는 나이에 비해서 엄청 서툴렀고, 또 거칠기까지 하다.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할 대도 있다. 처음에는 그녀가 나에게 아픔을 호소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 결합은 풀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되는 우리의 몸부림은 그녀의 아픔도 사라지게 한 것 같다. 우리는 몸부림을 치면서, 갈수록 우리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런데 우리의 뜨거움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우리 두 사람은 그녀의 몸 안에서 폭발했다. 그리고 그 폭발은 우리의 연결을 끊어놓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우리는 처음처럼 남자와 여자의 몸으로 분리되었다. 신이 인간을 그렇게 창조했듯이 ..

우리는 키스하며 서로의 몸을 어루만진다. 거친 파도도 가라앉고, 우리의 몸부림도 끝났다. 밤이 깊어갈수록 세상이 조용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식고, 조용해지면서, 잠시나마 잃어버렸던 우리의 이성을 되찾는다.

우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 일하는 것이 이상형이 아니었을까? 하은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지금 그녀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 잠자리 때문에 내가 그녀를 잃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참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번 꽂히면 참지 못하고 반드시 끝까지 가고야 마는 이 습관. 나에게 또 불안과 후회가 밀려온다. 그녀와 내가 일하는 데에 이 잠자리가 앞으로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 잠자리가 반드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은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는 생각이다.


하은주가 키스를 멈추고 내게 묻는다.



"우리 뒤풀이 진짜 빡씨게 했다. 하하. 자기 후회 안 해?"
"후회? 후회할 일이 뭐 있어?"

"나이 먹은 연상녀랑 하니까 어땠냐고?"
"누나야 말로 연하남이랑 하니까 어땠는데?"

"내가 뭘 알아? 나야 그냥 좋았다는 것 밖에 .."
"그런데 누나 혹시 나이 때문에 컴플렉스 있어? 왜 자꾸 나이를 들먹거리는데? 그 말 벌써 몇 번 째인지 알아? 두 번만 더 하면 백 번이야."

"내가 HBS 방송공사의 하은주 PD 거든. 내가 어디 가서 누구한테 컴플렉스를 느끼냐? 그런데 꼭 자기랑만 있으면 이렇다니까. 하하."

"앞으로 나이 얘기를 또 꺼내면, 나도 화 낼거야."
"자기가 나한테 화를낸다고? 그래도 괜찮아. 도망만 안 가면 돼."

"화나면 도망도 가거든요."
"그럼 안되지. 도망가면 죽는다. 화도 내지 말고, 도망도 가지마. 앞으로도 내가 잘 할거니까 "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알았어."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살았어? 누나네 쪽에서 일하다 보면 눈에 확 띄는 남자들이 하나둘이 아닐텐데."

"나라고 왜 그런 마음이 안 들겠냐? 그렇지만 그런 말 어디 가서 누구한테 하겠어? 잘못하면, 우리는 영영 끝장이야. 발정난 암캐라고 세상에 퍼지면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고."

"그럼 누나한테는 내가 만만했나?"

"내가 언제 자기를 만만하다고 했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 자기를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잘 생긴 머시마겠지 하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같이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보니까, 착하고 순진한 것 같기도 하더라고. 공사장에서 일할 때는, 엄청 괜찮은 남자 같기도 하고 .. 자기랑은 해도 되겠다고 싶었단 말이야. 딱 한가지 걸리는 것은 내 나이야."

"또 그 나이.. 진작에 오늘처럼 덤비지 그랬어?"
"지금까지 내가 자기한테 그런 신호를 한두 번 보냈냐? 그런데 자기는 도망만 쳤거든. 나는 외모도 그렇고, 나이 때문에라도 자기한테 별로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지."

"누나가 눈치 주는 것을 내가 다 씹었다고? 그게 아니라, 나는 조심스러워서 그랬던건데."
"그런 말 하지 말자. 이제는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지내자. 알았지?"

"고마워."
"자기가 왜 고마워? 내가 고맙지."




하은주가 하는 말을 들으니까 조금은 안심이 된다. 나는 샤워하고, 집에 가려고 옷을 입었다. 하은주가 침대에 누운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자기 갈거야?"
"어."

"그냥 가면 어떡해?"
"왜? 뭘 어떡해?"

"그럼 나는 혼자 자라고?"
"언제는 혼자 안 잤나? 그럼 나보고 여기서 같이 살자고?"

"그건 아니지만, 오늘은 이러면 안 되지. 우리 첫날밤인데 .."




하은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옷을 다시 벗기려고 했다. 나는 집에서 어머니 혼자 주무시기 때문에 외박은 안 된다고 말하고, 간신히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아이. 참. .. 자기 마마보이니?"
"그게 아니라, 혼자 주무시는데, 아침에 내가 없으면 며칠 동안 엄청 시끄럽다고."

"어머니 얘기를 하니까 할 말이 없네. 그럼 같이 와인만 마시고 가."



우리는 거실로 나왔다. 그녀는 나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아까 입었던 원피스를 손에 들고 욕실로 갔다. 한참 후에 그녀가 원피스를 걸치고 소파로 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침대에 가기 전과는 하은주의 분위기가 엄청 다르다. 그녀는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사소한 얘기들을 늘어놓는다. 주로 일하는 데에서 생기는 일들이다. 마치 여고생이 지하철에서 수다 떠는 것 같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그냥 들어준다.

하은주가 오디션 얘기를 하다가 정선미 얘기를 꺼냈다.



"자기네 그 여자 누구더라? 선미라고 했나?"
"정선미. 왜?"

"걔 실력 좀 되는 것 같던데? 자기한테서는 무슨 일 하는데?"
"촬영하고 편집. 엄청 잘 해. 영상예술학과 졸업했대."

"걔 나 줄래?"
"누나도 참. 우리 직원이 물건이야? 주고 받게. 그럼 나는 어쩌라고?"

"아이. 자기는 또 구하면 되잖아. 그 아이 지금에다가 프로듀싱 조금 얹으면 괜찮을 것 같아. 화면 보는 눈도 있고. 진짜 괜찮은 애야."
"그 정도야?"

"어. 이번에 일 하는 것 보니까, 끼도 좀 있고, 엄청 괜찮아. 순진하고 착한 것도 있고. 아직 때가 안 묻어서 그러나?"
"맞아. 착하기는 해. 그만한 사람을 또 어디서 구하지?"

"자기 발 넓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구하고, 걔는 꼭 나한테 넘겨. 알았지?"
"알았어."



하은주가 우리 오디션에 와서 심사위원을 할 때 정선미는 하은주에게 엄청 잘했다. 그런데 하은주는 지금 정선미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정선미나 박혜주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아할까?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서로를 어루만지면서, 키스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뜨거워졌다. 우리는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침대로 가야만 했다.

내가 하은주의 집을 나설 때 시간은 이미 새벽 두 시가 넘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내 전화기에는 하은주에게서 카톡이 와 있다.


'자기야. 또 보고 싶어 미치겠다.'
'나도 그래. 다음에 또 보면 되지. 잠이나 푹 자요.'



나도 자기 전에 답장을 보냈다.




[3]
주말을 집에서 쉬고, 월요일에는 양재동으로 바로 갔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방송사에서는 모두 철수했다. 이제 신관은 웰빙라이프가 단독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이삿짐 센터에서 사람들이 와서 신관으로 이사를 하고 있다.

이하영도 정선미와 함께 아틀리에에 있는 장비들을 챙기고 있다. 나도 같이 거들었다. 에어컨 없이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이런 무더위에 짐을 옮기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정선미에 대하여 하은주가 말한 것도 해결하여야 했다. 정선미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다가, 점심 먹으면서 나는 정선미에게 물었다.



"선미씨. 친구 중에 일 안하고 쉬고 있는 사람 없어요?"
"왜요? 사람 더 필요해요?"

"앞으로 선미씨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아져서, 지금부터 같이 하면서 일도 배우고 하면 좋겠어서 그래요."



이하영이 놀란 눈으로 내게 묻는다.



"오빠, 선미언니 잘려?"
"뭐야?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누가 새로 와서 언니한테 일을 배우면, 언니는 나가는 것 아닌가?"
"아니라니까. 갈수록 일은 많아지고, 개학하면 너도 자주 나올 수 없잖아. 두 명 정도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

"우리 동기들 중에 노는 애들은 몇 돼요. 내가 알아볼까요?"
"언니만큼 예쁘고 착해야 하는데."

"선미씨만큼 실력도 있어야지."
"이런 정도는 실력도 아니고, 진짜 어려운 일도 아니거든요. 표시 안 나게 살짝 뽀샵만 하면 되는데, 그걸 안 하시더만. 이번에 오는 애들은 그런 일은 날고 기는 애들이니까 걱정 마세요."

"그럼 내일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정선미는 자기 친구들이 내일 점심때 논현동으로 온다고 나에게 말했다.





[4]
다음 날 나는 정선미의 친구 두 명을 인터뷰 했고, 선미는 곧 그녀들과 같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박혜주도 이 소식을 듣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선미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또 쓸데없이 오해하네. 일이 너무 많아져서 그렇다니까."



마치 정선미가 일을 못해서 나가 내쫓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정선미의 친구들이 적응만 하면 된다.

이제 이사 문제도 끝났다. 오디션 결과도 웰빙라이프에서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다. 일일 방문자 수는 물론이고, 매출도 올라간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겨냥한 상품의 매출도 따라서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런데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하여 또 무슨 이벤트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오디션을 또 열 수도 없다. 하은주가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윤은경은 우리가 하는 이런 일들을 모두 미국에 있는 황영철에게 알린다.


우리는 이제 이하영과 더싸게닷컴을 서서히 건드리기로 했다. 이하영이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쓰자고 한다.



"선미언니가 주문을 하는 거야. 그 상품이 배송 오면 우리가 다 나누고, 그 게시판에 글도 같이 올리자고. 전에는 나 혼자 했었잖아. 이번에는 우리 넷이 한꺼번에 하는 거지."



우선 김수연과 김영숙은 미리 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우리 상품이 같은 것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는 이하영이 말한 대로 해버렸다. 우리가 먼저 덫을 놓은 것이다.




=*=*=*=*=*=*=*=*=*=*=*=*=




하아. ..
드디어 10개 끝났습니다.

처음에 약속드린 대로
계속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

알바는 내일(3월30일)에 올려요.
요새 넘부 바빠서요.
죄송해요.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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